커지는 '시장 불확실성' 거품에 갇히지 말라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6.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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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슈퍼 인플레이션 시대 자산관리

예측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설마 했던 배럴당 100달러를 보란 듯이 뚫고도 상승세를 지속했을 때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결국 소비자 물가까지 상승시킬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가 소비자 물가로 이전되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겠지만 피해갈 수 없는 산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힘든 일이 아니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피부로 와닿는 고통은 짐작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 생업에서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트럭을 아예 세워 버렸고 그밖에 곡물가와 각종 생활 용품의 인플레이션은 주부들의 장바구니와 샐러리맨의 지갑 속까지 이미 점령해 버렸다.

특히 투자자들은 인플레시대를 맞아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커지는 '시장 불확실성' 거품에 갇히지 말라


◆인플레의 망령, 세계 경기 무릎 꿇을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가만히 앉은 채로 주머니를 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실질 소득과 자산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투자도 어렵게 한다. 특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특성상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해야 가계 자산 가치가 보전되지만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꼽혔던 금과 부동산 등의 가격 오름세는 오히려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금 가격은 880달러 선으로 내렸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 부동산시장도 상승 열기가 주춤한 상황이다.


이밖에 물가가 상승하는 동시에 경기가 둔화되는 스테그플레이션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가계 자산관리뿐 아니라 실생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의 고성장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제 문제다.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이 연 10%를 웃도는 신흥국의 고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라고 진단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겨낼 만큼 성장 가도를 지속해 주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인플레이션만큼 실질 임금이 증가하지 않아 신흥국가의 소비가 주춤할 경우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고 고물가에 성장 발목이 잡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수요 감소와 투기 자금의 이탈로 원자재시장이 한 차례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득수 슈로더투신 본부장은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며 특히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에서 더 높은 압력을 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부터 이어진 저금리와 과도한 유동성이 지난 몇년간에 걸쳐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투자 가치가 높아지는 자산인 원자재와 실물자산에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원인을 제공한 중국의 임금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라며 "실질임금이 물가상승률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수요를 위축시키는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뿐 아니라 최근 몇년 사이 고성장을 배경으로 차세대 글로벌 성장 엔진으로 부상한 중국도 인플레이션이 실수요와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까지 왔다는 얘기다.

물가가 상승해도 실질 임금이 증가하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기업이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도 매출과 이익을 늘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이어졌으나 수요가 둔화될 경우 그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카드는... 금리 7% 전망도 나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1년 동안 3년물 국고채 금리가 6%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리는 실질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낮춰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더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한진 부사장은 앞으로 1년 동안 3~5년물 국고채 금리가 6.5~7.0%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수출의 뒷받침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수입 물가가 오를 경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이 정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채권의 시가평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채권형펀드의 경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을 내릴 때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도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요인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성장은 둔화되는 등 스테그플레이션 초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동시에 중국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지난 3년간에 비해 낮아지는 등 선택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고 전문가는 진단했다.

◆인플레 시대, 자산 관리는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때 인기를 끌었던 자산은 금이다. 기축통화인 달러로 가치가 표시되는 금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구매력을 보존할 뿐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가 위기에 빠져 통화가치가 하락할 때에도 이를 헤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번에도 금을 믿어도 될까.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지키는 방법으로 여전히 금을 추천한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몇가지 상황 때문에 과도한 투자를 하거나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금의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화가 평가절하되고 있고 미국의 장기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이 금선물시장에도 침투해 이미 급등 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인플레이션시대에 고수익을 가져다 줄 틈새시장이 아니라 주식과의 낮은 상관관계로 포트폴리오 효과를 겨냥하고 장기적인 구매력 보전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가상승률만큼 고성장을 유지하는 신흥국가의 주식시장도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위축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즉 성장이 둔화되는 선진국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비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와 내수 소비가 뒷받침 되는 국가에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도 이익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의 주식과 물가와 연동하는 채권도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적합한 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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