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시선 '달러·물가를 보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6.0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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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동결후 점진적 인상 전망… 달러강세ㆍ원유약세 시장 반전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국제 통화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밝힌 핵심은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하로 촉발된 달러화 가치 하락과 고유가로 가중된 인플레이션 위험을 중점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전달된 연설을 통해 버냉키는 지금 금리 수준은 성장과 인플레 양측면에서 적절한 수준(well positioned)에 있다고 진단했다. 적절하다는 단어는 곧바로 금리 동결 전망으로 이어졌다. 다음 금리 회의는 이달 24~25일 예정돼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재무부와 함께 외환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이 지금의 인플레이션과 미래의 인플레 기대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 의장이 미국 달러를 연준의 레이다 스크린 위에 올려놓았다고 비유했다. 그가 "달러화 하락이 미국 인플레와 인플레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는 환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저널은 또 버냉키 의장이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으며 동시에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속내도 비쳤다고 짚었다.

그러나 그가 통화 정책 중심을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경색에서 인플레와 달러로 이동시킨 것은 분명하다. 침체도 물론 신경을 쓰겠지만.

이런 스탠스의 변화는 결국 적절한 시기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기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AP통신은 "버냉키 의장이 더 이상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지난 4월말까지 인하를 지속했다. 기준금리는 5.25%에서 2.0%로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위기와 신용위기가 경제펀더멘털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와중에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후유증이 발생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기업에게는 호재였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급등이라는 심각한 짐으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유가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터였다.

버냉키 의장은 바로 이를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금리 결정)을 주로 말하는 중앙은행 수장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변화(환율 동향)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외환시장은 헨리 폴슨 재무부장관 몫으로 보는 게 관례다.

연설 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 버냉키 의장은 "달러화 약세가 상품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공급과 수요가 더 중요한 변수"라면서도 "약달러는 분명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고, 연준은 이를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및 상품시장은 지난해 신용경색이 불거진 이후와는 정반대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뜨겁게 반응했다.

우선 달러화는 급반등했다. 엔/달러 환율은 0.8% 넘게 오르며 105엔대를 훌쩍 넘었고 달러/유로 환율은 0.6% 하락하며 1.544달러대로 주저앉았다. 버냉키 발언 전후가 완전히 달랐다.

원유 및 금 선물시장도 금리인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큰 변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가는 1.3% 하락하며 배럴당 126달러로, 금값은 1.1% 하락하며 온스당 880달러로 떨어졌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증시도 적지 않게 흔들렸다. 제너럴 모터스(GM)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4월 공장 주문의 예상 밖 증가 그리고 버냉키 의장의 우호적인 경기 진단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보합권 등락을 반복한 것이다. 금리인상 국면으로 접어들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됐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나스닥지수는 0.5% 안팎 반등하며 상대적으로 나은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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