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아날로그 대통령, 디지털 국민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2008.06.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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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세월만큼 소통방식 차이...양방향 미디어 시대 맞게 소통해야

[광화문]아날로그 대통령, 디지털 국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면서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미국과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입장 선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빚어진 정부와 국민의 갈등도 다소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선다.

그러나 여기에 오기까지 정부와 국민 모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이 뜻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고,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가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많은 사람이 연행됐고,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으로, 취임 100일 만에 한·미관계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건은 노무현 정부가 남긴 숙제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양국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원만히 매듭되도록 하려면 이 숙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다급한 마음에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를 건너뛰었고, 새 정부의 이같은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국민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했다.

촛불의 위력을 경험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배후가 있다' '좌파 조직 개입' 등을 언급해서 국민을 더 자극했고, 이런 정부를 국민은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했다.



돌이켜보면 새 정부와 국민은 시작부터 '소통'의 간극이 너무 컸다. 어찌보면 '10년차'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지난 10년을 잊고 싶은 정부는 10년새 바뀌어버린 국민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98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초고속인터넷 덕분에 국민의 80%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휴대폰 사용자수는 무려 4400만명에 이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디지털이 지배하는 사이버 세상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10년 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애를 썼다.

디지털 시대는 정부가 '미디어'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힘들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천 만건의 정보가 올라온다. 때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감하는 글은 '1인 미디어'인 블로그와 미니홈피, 사이버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를 통해 삽시간에 전파된다. 이렇게 주고받은 정보가 '여론'을 형성하며 촛불집회를 연일 이어질 수 있게 한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강제 진압할 수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벌이는 사이버 시위는 진압하기 어렵다. 사이버 시위는 특정 기관이나 기업 홈페이지를 동시 접속해서 다운시켜 버리거나 '검색어 시위'를 벌일 정도로 이미 진화한 상태다. 인터넷을 전면 봉쇄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네티즌의 힘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이 디지털이 지배하는 '정보사회'의 단면이다. 정보사회에서 '일방통행'식 정보전달은 거부감만 키운다.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양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정부의 정보는 아직도 '일방향'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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