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묘한 변화…'성장보다 안정 초점'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6.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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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 상승,서민 어려움 가중
-재정차관 "물가 안정에 모든 역량 동원"
-대기업에서 서민으로 정책 수혜대상 이동

서민들과 중산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정부의 정책에도 미묘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장 드라이브를 잠시 접고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3일 '제4차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유가로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생활안정 TF는 기존에 1급 회의였으나 정부가 물가 불안의 심각성을 인식,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전날 재정부는 최근 유가 수준이 물가 수준과 에너지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1970년대말 제2차 오일 쇼크(oil shock)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 가까이 오르면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MB품목'이라 불리는 52개 생활필수품은 상승률이 7%에 육박하면서 정부의 집중 관리 효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정책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달러매도 개입을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에 제동을 걸었고 원/달러 환율은 한달만에 1010원대로 주저 앉았다.

정부가 안정을 추구하면서 정책의 혜택 대상도 바뀌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로 대변되는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과 서민들로 옮겨간 것.


고환율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남에 따라 대기업의 수출 증가세는 어느 정도 제동이 불가피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 중의 하나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데 중산층과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당정은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화물차 및 대중교통과 영세, 저소득 자영업자 등 서민들에 지원키로 의견을 모았다.

게다가 이번주에 발표가 예정된 '경제활력제고를 위한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은 관계부처 협의 등으로 연기됐다. 고유가 대책, 서민생활 대책에 우선순위가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10년만에 최고, 10년만에 최저 등의 소식에 정부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 성장 타령하다가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성장에 신경쓰지 말고 물가를 잡고 민생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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