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에너지가 다시 뜬다

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2008.06.0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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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체 에너지 벨트'를 가다③-드레스덴 핵발전소]

편집자주 세계 최대 에너지 낭비국이자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미국. 아까운줄 모르고 에너지를 펑펑 써 왔던 미국이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살인적 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대체에너지 국책연구소인 아르곤을 비롯,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시카고는 '클린 시티'를 표방,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 덕에 '에너지벨트'로 불릴수 있을 정도로 미국 대체에너지의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인근의 첨단 에너지 개발 및 재활용 현장을 찾아 생존을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현주소를 살펴봤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60마일 떨어진 한적한 시골동네 모리스.

경작지와 목초지, 숲이 어우러진 이곳에 미국 최대 핵발전 회사 엑셀론이 운영하는 드레스덴 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1954년에 만들어져 60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드레스덴 발전소의 원자로 1호기는 미국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시설이다.

↑드레스덴 발전소의 중앙 통제실. 구식 애널로그와 최신형 디지털 제어장치들이 섞여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드레스덴 발전소의 중앙 통제실. 구식 애널로그와 최신형 디지털 제어장치들이 섞여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美 최초 상업 원전, 20년 수명연장 '건재'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210메가와트 규모의 1호기는 영구 폐쇄돼 '핵 역사 유물'로 지정됐다. 시설 업그레이드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970년과 71년 각각 가동에 들어간 2,3호기는 40년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당초 2009년과 2011년까지가 수명이었지만 핵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년 가동연장 승인을 받았다.

낡은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미국정부로서는 급증하는 수요와 치솟는 에너지 가격, 환경문제 등을 감안, 안전성 강화를 전제로 연장을 승인하는 쪽을 택했다.



드레스덴 발전소 내부의 중앙통제실은 컴퓨터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각종 애널로그 계기판들이 들어차 있다. 하지만 핵심 장치들은 컴퓨터와 디지털 계기판으로 대체돼 수명연장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보완작업들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발전소측은 "터빈과 제너레이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컨덴서의 증기응축 효율을 높이는 등 개량을 통해 처음 건설당시 각각 860 메가와트이던 2,3호기의 발전용량도 912메가와트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10년전 70% 수준에 머물렀던 가동률은 지난해의 경우 95.5%로 높아졌고 피크타임에는 98%에 달할 정도로 풀가동되고 있다.
↑드레스덴 핵발전소의 발전용 터빈모습[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드레스덴 핵발전소의 발전용 터빈모습[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기후변화' 위기감, 핵 발전소 가치 재부각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핵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존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핵발전을 통해 1 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1.6그램. 석탄발전의 205∼220그램이나 석유발전의 220∼245그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핵발전을 통해 매년 6억1000만톤의 탄소배출을 억제할수 있고, 우라늄 재처리와 바닷속의 우라늄 추출을 감안하면 현재 추정 매장량만으로도 1만년 이상 인류가 사용할 수 있다.
발전용 천연가스 등 유류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건립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상쇄할만큼 핵발전소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드레스덴발전소 1호기. 지금은 폐쇄돼 핵 역사 유물로 지정돼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미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드레스덴발전소 1호기. 지금은 폐쇄돼 핵 역사 유물로 지정돼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원전 신청 32건 '봇물'..미 정부 조기 건설 유도

현재 미국의 원전은 31개주에 103개(원자로 기준)가 가동중이다. 전체 전력수요의 20%정도를 감당, 프랑스의 80%, 한국의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내에서는 스리마일 사고 이후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으며 현재 건설중인 것도 없다. 그러나 가동률 상승과 발전효율 증대, 연료 재주입 기간 단축 등으로 원전 발전 규모는 최근 10년간 20% 이상 증가했다.
1980년대 65%수준이던 원전의 평균 가동률은 2006년 89.8%, 지난해에는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2000년 이후 원래 가동기간 40년에 더해 20년 가동연장 승인을 받은 원자로도 48기에 달한다.

미국은 2005년 '에너지 정책 법'을 제정, 2021년까지 신규 건설 및 가동되는 원전에 대해 1000메가와트 당 연간 1억2500만달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올해말까지 원전 건설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해 최대한 원전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재 제출됐거나 제출예정인 원전 건설 신청건수는 32개.
17개의 핵발전소를 운영중인 엑셀론 역시 텍사스 남부에 2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부지를 확정하고 올 11월 건립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美, 핵에너지가 다시 뜬다
일반인들 인식도 변화

핵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이 100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핵발전소 건설을 지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7%에서 올해는 21%로 높아졌다.
핵에너지기구(NEI)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81%가 현재 발전소의 가동 면허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62%는 핵발전소 추가건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드레스덴 발전소 역시 연간 2000만달러에 달하는 지방세 기여와, 680명의 엑셀론 직원 및 관련 인원들이 창출하는 수요,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들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는게 로버트 오스굿 드레스덴 발전소 홍보책임자의 말이다.

엑셀론의 환경·건강·안전 담당 부사장 헬렌 하위즈는 "스리마일 사고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기후변화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핵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인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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