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의 철학 "천수답사업 정리"

더벨 최명용 기자 2008.06.04 08:00
글자크기

[이슈리포트/교보증권매각]②자보 이어 증권 매각도 대주주 의지가 배경

이 기사는 06월03일(10:1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 매각은 한줄의 공시로 공식화됐다.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교보증권 매각설의 조회공시 답변은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이 6월 중순 이후 교보증권 주식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매각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돼 있다.

M&A 업계에서 '매각 검토'는 매각 공식화로 인식된다. '사실무근'으로 밝히고도 매각 혹은 인수를 추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기까지 못박힌 '매각 검토'는 '매각 공식화'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교보증권 매각으로 교보생명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매각을 공식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안팎의 시선은 대주주에 집중되고 있다.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생명보험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면서 교보증권 매각 검토작업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천수답 사업 않겠다"


교보증권이 매물로 나온다면 여러 측면에서 지난해 진행된 교보자동차보험의 매각과 비슷해 진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초 보유하고 있던 교보자보 지분 74.7%를 프랑스 보험그룹 악사에 매각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온라인자동차보험은 950억원에 프랑스 회사로 넘어갔다.



교보자보 매각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매각보다 유지의 실익이 크다'고 분석했다.

교보자보는 자동차보험외에 장기보험의 라이선스도 확보했다. 자동차보험만 팔 수 있는 단종 온라인보험사와 달리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도 취급이 가능하다. 115만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장기보험을 팔 경우 단시일내에 성과를 낼 수 있다.

교보자보를 인수한 악사그룹도 교보자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게다가 오는 8월이면 생보사 설계사가 자동차보험을, 손보사 설계사가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손생보 교차판매가 시작된다. 교보생명과 교보자보의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신창재 회장은 이같은 가능성을 외면했다. 경제상황과 시황에 따라 경영성과가 달라지는 손해보험업은 본인의 경영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천수답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생명보험과 손해율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자동차보험의 성격은 다르다"며 "교보자보의 매각은 재무성과나 시너지 관점보다는 의사결정권자의 성향에 좌우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창재 회장의 철학 "천수답사업 정리"


◇교보증권 유지하는게 나은데



증권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중심축이 증권업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증권업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금융계열사로 이뤄져 있는 교보생명의 경우 이같은 시너지가 더욱 크다.

교보증권은 교보생명의 방카쉬랑스 업무를 대행할 수 있고, 교보생명 설계사들은 교보투신이나 교보증권의 펀드 상품 판매를 대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신 회장에겐 증권업도 또 하나의 천수답 사업에 불과한 것 같다. 주식 시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위험한(?) 사업'은 정리하고 안정적인 생명보험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창재 회장의 철학 "천수답사업 정리"
◇높아진 수익성..외도 안해도 된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다른 업종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될만큼 수익성이 좋아졌다.



교보생명은 최근 몇해간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상품 구조를 뜯어고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자지급 비용이 많이 드는 저축성보험과 외환위기 이전까지 판매했던 고위험 보험을 최신 보험으로 전환했다.

구조조정 덕에 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당기순익은 4434억원으로 전년 2865억원에 비해 54%나 뛰었다. 매출은 대한생명에 비해 뒤지지만 순익은 월등히 앞서고 있다. 올해도 4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등 당분간 높은 수익이 유지될 전망이다.



신창재 회장의 철학 "천수답사업 정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