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리포트]고환율 정책 '수정' 아닌 '포기'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6.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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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대중적 정책'이라더니.. 고환율 부작용 실감한 듯

이 기사는 06월03일(11: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환율 상승을 유도했던 정부의 외환정책이 환율 하락 쪽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 부작용을 인식한 일보 후퇴가 아니라 환율상승 억제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뒤집기는 물가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고환율'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발언은 불과 한달전과 비교해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난 5월8일, 최 차관은 "환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고환율' 정책 고수 의지를 보였다. 낮은 환율, 즉 원화 강세는 노무현 정부의 대중적인(popuar) 정책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5월30일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환율 정책은 원자재값 급등에 초점을 둔다"며 그동안의 환율 상승 유도식 발언을 접고 반대로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사실상 유지되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율을 올려 얻는 것은 수출액 증가와 그로 인한 경상수지 개선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출이 환율 때문에 울고 웃는 시대는 아니라는게 그동안 입증됐다는 거다.


경상수지 개선 역시 원유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국내 경제구조상 원자재값이 폭등하고 있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에 부작용은 너무나 명확했다. 무엇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소비자물가 5%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인플레 우려가 커졌다. 폭등하는 유가와 원자재값은 상승하는 환율을 지렛대로 국가 경제 전체를 안갯속 국면으로 몰아 넣었다.



환율을 올려 놓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줄 알았던 기업들에서도 곡소리가 나왔다. 통화옵션을 이용해 헤지를 해왔던 기업들은 갑작스런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피해 기업들을 모아 은행들을 대상으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환율과 고유가는 국민들이 일년동안 애써 벌어놓은 소득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했다.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올해 실질 국민소득은 5년만에 감소하는 충격을 받았다.

물가보다 경상수지가 더 중요하다는 정부도 결국 고집을 꺾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20억~3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을 했다. 환율이 1050원대에 이르자 무지막지하게 달러 팔자에 나선 것.



특히 지난달 27일 달러 매도 개입 행태는 정부의 환율 하락 유도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1057원까지 치솟은 환율 상승을 제어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1040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환율에 재차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

내리는 환율에 다시 달러 매도를 가하면서 환율은 103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이후 환율은 줄기차게 떨어져 1000원선에 다가섰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환율을 한 단계 끌어내리기 위한 것 이상의 정부의 의지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추가 하락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늠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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