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불안, 중국도 문제… 앞으로 여러번 위기 올것
조금 늦었지만 메가뱅크 필요… 정부가 킬 터줘야
"전세계적인 버블 붕괴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사진)은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을 야기한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경제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비관론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그는 세계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캠코가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 '일본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브프라임은 세계 버블붕괴의 서막"](https://thumb.mt.co.kr/06/2008/06/2008060215531253818_1.jpg/dims/optimize/)
▶영광입니다. 다만 이번에 재신임을 받지 못한 분들을 '디스퀄리피케이션'(Disqualification·자격상실)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이 분들은 청렴하고 애국심이 강합니다. 이 대목을 높이 사야 할 상황이 오면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간'에 가까운 자리로 나와보니 더욱 민간 쪽으로 가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역시 민간이 활력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후 10년이 지났습니다. 캠코의 역할도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부실채권(NPL) 처리만 놓고 보면 줄어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캠코의 주된 역할은 단순히 NPL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시장실패를 1차적으로 수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신용회복과 기업 재생 프로그램, 금융기관의 NPL도 그 대상입니다. 또한 유휴부동산, 조세체납, 결손처분자산 등 정부의 시장실패 부분도 캠코의 몫입니다. 캠코가 '세이프티넷'(Satety Net·안전망)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 처리도 포함됩니까.
▶네, 미분양 아파트 해결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정부가 직접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캠코의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캠코 같은 기관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국도 유사한 기관을 만들 겁니다. 캠코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해외 진출 때 캠코가 '마켓메이킹'(시장조성)에 나서 국내 금융기관에 길을 터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시중은행에서 해외 동반 진출 제의를 해와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의 경영효율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캠코가 '가장 민간화된 공기업'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공기업도 '이익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력을 20∼30%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능력이 부족한 직원이 5% 정도는 있겠지만 직무재조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값이 가장 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금융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서브프라임은 세계 버블붕괴의 서막"](https://thumb.mt.co.kr/06/2008/06/2008060215531253818_2.jpg/dims/optimize/)
―고유가 등의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미국의 버블은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붕괴 과정이 오히려 늦춰지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버블 붕괴가 막 시작됐을 때 물가가 올랐고, 앞서 미국 대공황 초기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는 투기적 요인도 있어 폭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때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의 버블과 금융시장 붕괴에 따른 파장입니다.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비관론이 더욱 굳어지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미국 주택가격이 관건입니다. 지난 3월 미국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가격 하락 속도가 유의해야 할 수준에 왔습니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지금까지 나타난 1파보다 앞으로 올 2파, 3파를 크게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캠코도 미국 NPL시장 진출을 늦춰야 하는 게 아닙니까.
▶네 우리도 그 시기를 늦춰잡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바닥이 언제쯤 보일까요.
▶이제 막 시작단계여서 예측이 어렵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대응을 보면 과거 일본 정부의 정책과 판에 박은 듯 똑같습니다.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금리인하 조치의 부작용이 심각할 겁니다.
―다른 시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위험요인이 '현재화' 됐는지 여부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요인들은 경제가 어려워진 후 드러나 '패닉'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은 곳은 베트남시장입니다. 베트남에 이상이 발생하면 불이 중국으로 옮겨붙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동유럽, 호주, 뉴질랜드의 부동산 가격 하락 폭도 정상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전세계적인 버블 붕괴 과정에 들어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일본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 98년 초 일본 주요 은행들은 해외차입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세계 2위 규모의 도쿄미쓰비시은행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유일하게 해외차입이 가능했던 이 은행이 다른 은행들에 외화를 조달해줬습니다. 국내에서 제기된 '메가뱅크'는 사실 위기 때 필요합니다. 거대화의 폐해도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파이낸싱이 가능한 은행을 키워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좀 늦었다고 봅니다.
―메가뱅크론을 놓고 시각이 제각각인 것같습니다.
▶사실 '메가벵크'라는 용어는 국내에서 제가 가장 먼저 꺼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메가뱅크론이 힘을 얻으려면 민간부문에서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민간 은행들은 소위 '오너 없는 오너 체제'가 돼 있어 못 움직입니다. 그 부분을 정부가 뚫어줬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민간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합쳤습니다. 우리는 현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오너 없는 은행의 오너'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뜻인가요.
▶정부가 힘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이를 유도하되 길을 뚫어줘야 합니다. 지분율 기준으로 오너도 아닌 경영자가 오너처럼 수십년씩 은행을 지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환위기가 또 오겠느냐는 낙관론도 많습니다만.
▶그런 위기는 오지 않더라도 제법 아픈 위기는 자주 올 것입니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외화조달을 놓고 은행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습니까. 금융시스템은 국가의 생명이자 핏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