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보니… "살인적 인플레"

호찌민=장시복 기자 2008.06.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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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등 식료품값 폭등에 인건비도↑ "그래도 장기전망 낙관"

↑호치민시 중심가를 지나는 오토바이↑호치민시 중심가를 지나는 오토바이


지난달 30일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시의 1군지역. 매연과 소음이 한데 뒤섞인 도로엔 오토바이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무질서 속의 질서'를 이루며 유유히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거리엔 젊음이 넘쳤다. '인구 60%가 30세 이하'라는 통계가 실감났다. 다이와증권의 'IMF 경고'를 시작으로 외국기관들이 연이어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러나 직접 얘기를 나눠본 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우선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문제였다.

베트남의 외국계 증권사 직원 란(Lan·36)씨는 "주식(主食)인 쌀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올라 어려움이 많다"며 "다른 식료품들도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8만동(Dong) 정도였던 쌀10㎏은 현재 10만동 이상에 팔린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벤탄 시장↑베트남 호치민시의 벤탄 시장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고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뛰는 물가만큼 월급도 올려야하기 때문. 사회주의 국가라고 파업이 없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안유석 코트라 호찌민무역관 과장은 "현지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올해 20~30% 가량 임금을 올렸다"고 말했다.

한국무엽협회의 최근 조사에서 베트남 진출기업 10곳 중 4곳이 추가 임금인상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3곳은 파업까지 경험했다.

그동안 '성장통이겠거니'라며 무심코 지나쳤던 현지 주재원들과 교민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K씨는 "일시적인 위기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에서 먼저 친지들이 IMF와 관련해 안부전화를 걸어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트남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기도 했다. 2005년에 이주한 한 교민은 "그동안 베트남이 성장만 해왔지, 어려움을 겪어 본적이 없어 허둥지둥 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베트남법인 객장↑미래에셋 베트남법인 객장
베트남의 '고난의 행군'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응웬 떤 베트남 총리는 최근 대정부 질문에 참석, "인플레이션 안정에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5월까지 무역적자는 144억 달러로 반년도 안돼 지난해 전체(124억 달러)보다 많아졌다.

이 뿐 아니다. 정부고시환율은 '1달러=1만6200동'이지만 역외 선물환시장에서는 이미 2만2250동을 돌파하는 등 외환시장마저 요동치고 있다. IMF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지 관계자들은 베트남 경제의 장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베트남법인(KEXIM) 사장은 "베트남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반(펀더멘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올 초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던 부동산 시장도 베트남 정부의 투기 단속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성룡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건설교통관은 "현재 베트남은 일시적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 기업인수합병(M&A)과 부동산 매입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간의 경험과 통찰력으로 베트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호치민과 다낭에 사업을 벌이고 있는 벽산건설 (0원 %)의 김인상 사장은 "성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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