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세계적 IB '시동'… 과제는 산적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8.06.0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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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12년까지 완전 민영화, 개인대출 허용 등 규제 완화

금융위원회가 2일 발표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세계적인 투자은행(CIB)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 기능이 분리된 산은에 각종 업무제한을 풀어주고 기존 대외채무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 보증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민영화로 중소기업 지원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한국개발펀드(KDF)에 충분한 재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지주회사와 KDF를 설립하는 것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KDF가 민간 금융회사를 통한 대출 방식으로 중소기업 자금지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2년까지 완전 민영화= 민영화는 크게 3단계로 추진돼 이명박 정부 임기내 완료된다. 연내 산업은행·대우증권 등 금융 자회사로 구성된 지주회사가 설립된다. 산은에 축적된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IB) 역량, 대우증권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국제적 IB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주사는 은행·증권·자산운용·캐피탈을 자회사로 하는 통합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또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236,000원 ▲6,000 +2.61%) 대우조선 (30,100원 ▼50 -0.17%) 현대건설 (31,900원 ▲50 +0.16%) 등 구조조정 기업과 한전 등 공기업 주식 일부와 부채를 분할해 한국개발펀드(KDF)도 설립된다.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내년 1월 산은 지주사 주식 49%를 현물출자해 '전대·보증·투융자' 방식으로 중소기업 지원 업무 등을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시장안정, 외자조달 창구 등의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KDF의 재원으로 사용될 산은 지분 49%는 2010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매각된다. 산은 지주는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보여줄 시금석이 되는 만큼 지주사 상장 전 세계적인 IB에 5~10% 가량을 사전 매각,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대내외에 알린다는 방침이다. 블록세일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 등 전략적 투자자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IB 사업을 조기에 구축하는 등 경영노하우를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제적 IB 들에게 지분 일부를 기업공개 이전에 매각함으로써 IPO 할 때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촉매제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과 인수하려는 주체의 여건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정부 지분 51%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모두 민간에 매각된다. 투자은행 업무를 통해 대형화 또는 전문화를 추구하는 국내외 민간금융회사, 연기금·사모투자펀드(PEF)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지배구조도 효율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우선 인센티브 보상제도를 도입해 국내외 우수한 IB 전문가를 유인키로 했다. 완전 민영화 이전까지는 정부자산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을 정부측 인사로 임명해 민영화 과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각종 업무규제 폐지=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규제도 폐진된다. 기업가치를 높여 매력적인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취지다.

우선 취급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범위가 확대된다. 현재 산은은 법상 요구불예금 수취 및 가계대출 취급에 제약을 받고 있다. 보통예금·당좌예금 등을 법적으로 다룰 수 없다. 저축성 예금 중 일부만 취급할 수 있는 등 수신기반이 취약하다. 당연히 시중은행과 소매금융 부문에서 경쟁이 될 리 없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수신기반이 확대되는 만큼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이는 조달비용을 낮추눈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개인대출도 가능해진다. 자금운용의 확대측면에서 한층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손발을 묶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도 풀린다. 기존에는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의 M&A 한정해 자금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M&A를 할 때도 자금의 용도 제한이 있었던 셈이다. 이를 풀어 투자은행의 주요 업무인 M&A 자문·자금대출 등을 원할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 설립 자체가 산업발전을 위한 측면이 있어 자금용도가 좁을 수 밖에 없었다"며 "일반 투자은행처럼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돼 M&A 업무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 업무계획·예산·이익금처리 등 각종 사전 승인제도도 폐지해 산은에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달라진 기능과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조직을 보다 경쟁력있게 운용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줄 방침이다.

◇KDF, 中企 20조원 지원=KDF는 자본금 5조원에 자산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 지주사 지분 49%와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지분을 KDF로 넘기고 이를 매각한 대금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구조다.

현재 산은은 △한국전력(29.95%) △한국토지공사(26.66%) △관광공사(43.59%) △기업은행(12.53%) 등 10개 공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의 장부가치만 15조 2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현대건설 (31,900원 ▲50 +0.16%)대우조선 (30,100원 ▼50 -0.17%)해양, 하이닉스 (236,000원 ▲6,000 +2.61%),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 (4,670원 ▼20 -0.43%) 등 민간기업 지분도 상당 부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지분은 일부만 KDF로 넘길 예정이어서 이들 지분 매각을 통한 재원 조달규모는 유동적이다.

KDF는 산은이 개별기업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던 방식에서 전대(On-lending)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KDF는 지원대상 중소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대출실행과 대출금리는 민간 금융회사가 결정하게 된다.

특히 KDF는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정책기관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B~BBB 등급인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신용등급이나 업력이 미달하는 중소기업과 기술기업은 기보와 신보가 담당한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데 따른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대채권의 약 50%를 KDF가 신용을 보강하고 유동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외채무 211억불 계속 보증=정부는 산은 지주사의 대주주 지위가 유지될 때까지 정부 보증을 유지키로 했다. 기존 대외채무의 조기상환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 3월말 현재 산은의 총 대외채무는 337억달러. 이 중 정부 소유나 통제 중단 및 손실 보전조항 미 이행시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되는(민영화시 영향을 받게 될 채무)는 총 240억달러에 달한다. 240억달러 가운데 단기 채무는 산은이 자체 해결하고 중장기 채무 211억달러에 대해서만 정부 보증이 추진된다.

산은이 발행한 외화채권은 법적 성격상 실적적인 정부 보증 채권이다. 또 채권발행 계약서에 정부의 소유나 통제의 중단, 손실보전 미이행을 채무불이행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채권발행 등록서류에 정부가 산은과 공동으로 서명하고 채무이행을 위한 적절한 제반 조치를 이행한다는 것을 공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채무의 대부분 만기가 향후 5년 이내에 도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보증은 한시적 성격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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