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경제성장은 속빈강정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6.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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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외형성장에도 국민총소득 1.2% 감소, 내수 휘청

수출을 버팀목으로 외형적인 경제 성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와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는 결국 서민경제 위축과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 ‘외화내빈형’ 성장=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8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이는 전분기(1.6%)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5.8%로 '외형'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 민간소비(3.4%)와 설비투자(1.4%), 재화수출(12.0%), 재화수입(11.1%), 내수(2.7%) 등이 전년 동기에 비해 성장세가 이어졌다.



한은은 물량기준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쉽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성장이 국민들의 실질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1.2% 줄어 지난 2003년 1분기(-1.6%) 이후 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내수도 ‘휘청’= 국민들의 지갑이 비어가면서 내수도 흔들리고 있다. 1분기 내수(재고 제외)의 GDP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로 전분기(1.1%포인트)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2004년 3분기(-0.1%포인트) 이후 3년 반만이며, 내수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었다는 의미다.

민간소비 성장률이 전분기의 절반수준인 0.4%에 그쳤고 전년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0.4%)와 건설투자(-1.4%) 등도 전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대외교역 조건이 나빠지면서 소득측면에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실질 국민소득은 감소했다”며 “물량 기준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소득은 줄어들어 내수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교역조건악화에 ‘발목’= 외형적인 경제성장이 국민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치솟는 물가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대외교역조건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한은의 관리목표 상한선인 연 3.5%를 훌쩍 뛰어 넘어 4%대로 진입했다. 서민용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ℓ당 1000원을 돌파했고 휘발유와 경유 평균가격도 ℓ당 1900원을 넘어섰다.

대외교역조건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올해 1분기 80.5로, 전 분기보다 6.7% 하락하면서 198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단가는 103.7로 전 분기보다 1.9% 하락했다. 교역조건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도 27조4000억원으로 분기기준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는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이는 서민경제와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가져온다"며 "외형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가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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