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靑 경제 컨트롤타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6.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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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청와대 경제팀 무기력 비판

-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축소에는 성공했지만 컨트롤 구축은 실패
- 김중수 수석과 경제수석실, 정책조정기능 무기력 비판
- 강만수,곽승준 등 실세들에 치여 제 목소리 못내

'비대화된 대통령 비서실이 일상적인 국정까지 관여해 부처가 위축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그런데도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 정무기능과 장기전략·기획역량은 취약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올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참여정부 청와대 조직의 문제점을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소·정예화를 골자로 하는 새 정부의 청와대 골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정권 출범후 100일이 지난 요즘, 촛불시위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 포위된 청와대만 보일뿐 정예화된 컨트롤 타워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대학교수 출신이 다수인 수석비서관들이 관료를 장악하지 못해 부처가 위축되지 않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수석실 역시 이같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수석과 경제보좌관을 통합 출범한 경제수석실은 산하에 재정경제,금융,지식경제,중소기업,국토해양,농수산식품 등 6개 비서관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경제정책의 사령탑이다.

김중수 수석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한림대 총장을 지내는 등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MB경제팀의 '선장'이라면 김 수석은 '항해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살리기를 표방하고 출범한 정권인 만큼 김중수 경제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최근 청와대 수석ㆍ비서관회의에서 "경제관련 현안이 많은데 경제수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물가급등, 성장정체 등 경제관련 현안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김중수 경제수석이 이렇다할 의견을 내지않자 김 비서관이 이례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는 쇠고기 파문과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미흡을 이유로 김 수석에 대한 경질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ㆍ정ㆍ청(黨政靑)간 이견을 조율해 물가,성장,환율,금리 등 현안을 주도해야 할 김 수석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강만수 장관에 끌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수석의 한계는 청와대 현실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고,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규제완화 등 국정과제는 국정기획수석실,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전담하고 있어 경제수석실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김 수석이 집권 전부터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두뇌)' 역할을 해온 강만수 장관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사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국정과제전략협의회'는 이같은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곽 수석 주재로 정부 부처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하는 협의회는 매주 화요일 열려 국정 전반의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부처별 정책발표 우선순위와 이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곽 수석의 제안으로 열린 협의회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기능을 더욱 강화하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곽 수석이 중장기 국정과제 뿐 아니라 정부정책 전반을 다룰수 있는 길이 열려 더욱 파워가 쏠리고 상대적으로 김 수석과 경제수석실의 역할은 위축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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