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00일 다시 뛰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6.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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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상에는 희망과 미래가 화두로 오른다. 한쪽엔 삼신에게 무병장성을 기원하는 고사상도 차린다. 백설기를 쪄서 큰 덩어리로 잘라내 이웃에 돌리며 함께 축하도 나눈다.

이명박 정부가 오는 3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이 정부의 백일상은 푸짐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지지율이 대선 당시 50%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 적잖은 사람들은 지난 100일이 집권 초기였는지 말기였는지 헷갈린다고 한다.



특히 한달째 계속된 쇠고기 정국으로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불신의 벽은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 '말 못할' 홍역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위기는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부자'(강남땅부자)·'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신조어에서 거리감을 느낀 민심은 '쇠고기'라는 기폭제를 만나면서 폭발했다.



한반도 대운하 등에서 드러난 '일방통행·밀실추진식' 국정운영과 청와대 참모진의 미숙함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점도 독이 됐다. 최소한의 조정 과정조차 생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군'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취임 100일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국정을 조율하는 실험을 거치며 좌충우돌했다면 이제 새로운 호흡으로 다시 뛰자는 것이다.


취임 100일과 맞물린 새 국회 개원도 이를 위한 좋은 기회다.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뀌는 18대 국회 개원이 새 정부의 실질적인 출범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MB맨'들이 대거 등원한 데다 통합민주당이 81석이라는 적잖은 의석을 차지한 상황을 일방의 독주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견제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정치로 만드는 계기로 삼자는 기대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도 최근 국정쇄신책에 대한 정치 원로들의 충고를 귀담아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각 수석비서관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민심 동향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여당에선 일부 장관 교체와 같은 인적 쇄신과 국민과의 소통 개선을 위한 청와대 내부 기능 보완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같은 안이 2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뒤 6월초 있을 이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의 정례회동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재로선 여당 주장과 달리 인적 쇄신보다는 청와대 조직 개편을 통한 내부 시스템 정비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인 사회정책수석 자리를 메우고 홍보기획비서관을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정무 특보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민정수석실을 보강하기 위해 인터넷 여론 파악과 시민단체와의 소통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은 취임 100일 맞는 오는 3일 국무회의나 18대 국회 개원 연설 등을 통해 발표될 것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국정쇄신책이 현 위기의 악화냐 진정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일 된 아기가 무사히 잘 자라기를 기원하며 백일상을 차리듯 국민은 이 정부가 남은 1700여일 동안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해주길 바라고 있다. 100일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취임 초에 치른 홍역의 학습효과를 제대로 소화하는 일은 이제 이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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