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장밋빛에 취한 러시는 위험

카라간다(카자흐스탄)=전혜영 기자 2008.06.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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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현장을 가다] (4) 카자흐스탄 동광산 - 카자흐스탄의 두얼굴

"우리가 인수할 우라늄 광산의 총매장량은 3만5000톤으로 우리나라 연간 수요량 4000톤의 8배가 넘는다"

"우리가 인수하는 유전은 전체 매장량 2억 배럴, 가채 매장량 7000만 배럴에 달하는 대형 유전이다"

국내 상장사들의 '카자흐스탄 진출기'에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과연 카자흐스탄은 국내 자원개발업체들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안겨줄 '꿈의 나라'인 걸까.



◇장밋빛 전망에 숨은 비밀은?=현지 및 국내 관계자들은 장밋빛 전망에 '혹'하기에 앞서 국내 자원개발업체들의 한계와 리스크에 대해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장 현혹되기 쉬운 것이 바로 '매장량 비밀'이다. 자원개발사업은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사전에 매장량에 따른 경제성 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것이 일반적이다. 업체들도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일쑤다.



하지만 업체가 발표한 매장량이 100억톤을 넘는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추정치로 실제 매장량과 다를 수 있다. 또 매장량 100억톤 중에서 가채매장량(현재의 기술력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양)이 1만톤이라면 매장량 100억톤은 무의미해진다.

일각에서는 매장량 조사 과정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중앙아시아 지하자원의 경우, 상당수가 과거 소비에트연방 시절 자료를 근간으로 하는데 정부에서 인증하는 것조차 돈을 주면 등급을 높여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남의 자원 캐오기, 더럽고 치사하다?=카자흐스탄이 아무리 자원부국이라도 남의 나라에 무상으로 자원을 퍼줄 이유는 없다. 경계도 심하고 규제도 많은 이유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되면서 기존의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 및 파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지하자원이용법을 개정, 외국 석유기업들이 카자흐스탄의 경제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세금도 만만치 않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각종 세금을 내더라도 과실 송금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업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카자흐스탄에서 자원개발 사업으로 돈을 번 해외업체들은 부과세(13%), 로열티(매출액 * 3.5%), 법인세(영업이익*30%), 배당세(배당금*15%) 등 4가지 세금을 내야 한다.

미화 1만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난 수익은 4분의 1 수준인 2500달러에 불과한 셈이다.



낙후된 인프라도 문제다. 카자흐스탄을 비롯,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철도는 대부분 옛 소련시절에 건설된 것들이다. 도로 역시 비포장 도로가 많다. 자원을 캐더라도 운송과 저장을 위한 물류 비용이 적지 않게 투입되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하는 광산이 철도 근처가 아니라면 물류 비용 부담으로 경제성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물류 및 판로 확보도 미리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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