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르곤 랩, '연비 무한대' 자동차 만든다

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2008.06.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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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체 에너지 벨트'를 가다①-아르곤 연구소]

편집자주 세계 최대 에너지 낭비국이자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미국. 아까운줄 모르고 에너지를 펑펑 써 왔던 미국이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살인적 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대체에너지 국책연구소인 아르곤을 비롯,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시카고는 '클린 시티'를 표방,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 덕에 '에너지벨트'로 불릴수 있을 정도로 미국 대체에너지의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인근의 첨단 에너지 개발 및 재활용 현장을 찾아 생존을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현주소를 살펴봤다.


-미 대체에너지 '핵심 두뇌', 차세대 차 연구 예산 3년새 70% 증가
-집에서 충전해 60킬로 달리는 '플러그인' 기술 상용화 박차
-액화수소 차, 리튬 이온 전지 등 배터리 개발 및 실험
-SK에너지 등 기업들과 기술교류..장기 관점 연구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25마일 떨어진 150에이커에 달하는 광대한 숲속.



미 국립 아르곤 연구소에서는 '유가 배럴당 200달러'라는 암울한 미래와 맞설 첨단 대체에너지의 핵심기술이 하나 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대체에너지 연구분야의 핵심 두뇌답게 중무장한 경비원은 물론 미FBI(연방수사국) 요원이 상주하며 테러위협과 기술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연구원들도 담당업무와 출신 국적에 따라 신분증 색깔을 달리해 접근 정보에 차별을 둘 정도로 보안이 삼엄하다.
↑미 일리노이주에 있는 아르곤 연구소 전경(사진:아르곤연구소 제공)↑미 일리노이주에 있는 아르곤 연구소 전경(사진:아르곤연구소 제공)


아르곤에서는 연간예산 5억3000만달러에 200개에 달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상시 진행중이다. 아르곤의 최고 강점은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모델링'과 이를 통한 테스팅. 개별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에서 하기 힘든 실험과 기술개발이 이곳에서행해진다.



아르곤의 연구분야는 △ 기초과학 △ 외부 공동 실험 △ 에너지 자원개발 △ 환경 △ 국가안보 등 5가지.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프로젝트별로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

최근 단연 관심이 늘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개발. 효율적이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 핵원자로, 교통, 발전 및 에너지 저장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5년 3382만9000달러이던 교통 프로그램 예산은 매년 급격히 증가, 유가가 폭등한 올해는 처음으로 5000만달러를 넘어서 5282만 달러에 달했다.
포드 연구소출신으로 자동차 모델링분야에 근무하는 제이슨 권 연구원은 "유가가 올라가면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고 연구 프로젝트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플러그인 자동차의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연구원들이 플러그인 자동차의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아르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중인 차세대 자동차 프로젝트의 하나는 '플러그-인' 전기자동차 프로젝트인 'TTR(Through The Road)'.
니켈-메탈 하이드레이트(NiMH)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모터로만 달릴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저속 시내운행시에만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나머지 운행구간은 엔진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의 경우 연비는 리터당 25킬로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아르곤이 개발중인 플러그인 전기자동차 기술은 기존 니켈-메탈 전지보다 40%까지 효율성이 높은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 가정용 콘센트에서 5시간 충전하면 약 60킬로미터를 달릴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상 거리를 주행해야 할 경우 일반엔진을 사용해 다시 전기를 충전할수 있어서 소량의 휘발유만을 필요로 한다. 도요타가 개발한 플러그인 자동차의 1회 충전 운행 거리는 10킬로미터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킬로미터는 미국인들의 출퇴근용 자동차 사용 거리를 감안해 설정한 것이다.
전기화학 엔지니어 앤드류 잰슨 박사는 "중단거리를 운행할 경우 전기료 이외에 휘발유 값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휘발유 기준 연비는 무한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과 내구성, 그리고 인프라이다. 전기화학 기술 프로그램 담당 제임스 밀러 박사는 인프라시설까지 갖춰져 실제로 플러그인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주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르곤연구소가 개발중인 자동차용 연료전지 시제품.<br>
[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아르곤연구소가 개발중인 자동차용 연료전지 시제품.
[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물론 플로그인 자동차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에탄올 자동차, 연료전지차, 액화수소자동차 등도 차세대 자동차로서 연구 개발이 진행중이다.
배터리의 경우 실험실만 100개에 달할 정도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액화수소 자동차는 BW가 개발한 수소차 '하이드로젠7'(액화수소+휘발유 엔진) 역시 이곳의 테스트를 거쳤다.
수소 및 연료전지 물질 연구담당 매트 스미스 박사는 "액화 수소의 95%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만큼 액화수소의 친 환경성은 떨어진다"며 "궁극적으로 차세대 자동차 연료는 전기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엔진은 아무리 효율을 높여도 에너지 활용율이 40%를 넘지 못하지만 전기모터는 90%까지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아르곤은 전세계 자동차 업계 기술개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기업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하고 기술을 이전하기도 한다.
연료전지 테스트의 경우 한번에 25000달러에서 20만달러에 달하지만 기업들의 예약이 밀려 있다.
지난 2006년9월 하이브리드용 전지를 개발, 국내 최초로 실재 차량 탑재 시험에 성공한 한국의 SK에너지도 아르곤 연구소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석 진단 실험실의 아이라 블룸 박사는 "기업들은 당장의 상업화가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가 힘들지만 우리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할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체에너지 자동차가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전시용'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그는 "반도체도 처음엔 다들 (실생활에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차세대 자동차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현실화 될 것이고, 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기름값이 옛날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차세대 자동차 연구에 새로운 추진력이 되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아르곤 연구소내 자동차용 액화수소 엔진 개발 및 실험실 모습.[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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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 연구소내 자동차용 액화수소 엔진 개발 및 실험실 모습.[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아르곤 연구소는 어떤곳>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 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2차대전당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된 시카고대학 '야금연구소'(암호명)의 후신으로 1946년 정식 설립됐다. 엔리코 페르미는 야금연구소에서 1942년 처음으로 핵 연쇄반응 실험에 성공, 원폭 제조의 길을 열었다.

직원수는 2800여명이며 이가운데 과학자만 1000명, 박사학위자가 750명이다.
비행기 시차적응을 쉽게 할수 있는 방법부터 핵발전소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실험과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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