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세대 "화려한 부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6.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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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맴돌던 명장들 금융계 대부로 중앙복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 차기회장 내정자, 민유성 차기 산은총재 유력후보, 강신철 코람코 사장….

'우리금융그룹 1기 경영진'들이 화려하게 부활하며 금융계의 '대부'로 돌아왔다.

전광우 위원장과 민유성 후보는 ‘우리금융 1기(2001~2004년)’ 당시 윤병철 회장체제에서 각각 전략총괄담당(CSO)과 재무담당(CFO)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이팔성 내정자는 1999~2004년 (구)우리증권 사장, 강신철 대표는 2001년~2004년 사이 경남은행장으로 일했다.



은행권 ‘빅3’로 성장, 대한민국 최초의 금융지주회사 성공사례로 꼽히는 우리금융은 당시만 해도 여건이 그리 녹록치 못했다. 한빛·평화·경남·광주은행, 하나로종금, 한빛증권, 넥스비텍 등 회생이 어려운 기업들을 토대로 설립된 탓에 '공적자금을 받은 부실금융기관들의 집합체’라는 비아냥과 경영진의 능력도 폄하되는 등 어려움이 컸다.

이들 경영진은 금융계의 괄시를 받으면서도 그룹과 계열사간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경영정상화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우리금융 2기’ 경영진(황영기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1기 출신들은 한동안 금융계 외곽을 맴돌아야 했다. 화려하게 복귀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을 떠난 후 딜로이트코리아 대표와 포스코 사회이사 등 이른바 '낭인생활'을 했다. 초대 금융위원장에, 국제증권 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까지 겸임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금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후보는 투자은행(IB)부문 경력을 살려 리먼브라더스 서울대표로 자리를 옮겼지만 역시 설움이 컸다. KT&G가 미국 기업사냥꾼인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을 때 KT&G의 방어전략을 짜는 등 금융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허드렛일’을 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금융 차기회장에 내정된 이팔성씨도 지난 2005년부터 서울시향 대표를 맡으면서 ‘외도생활’을 했다. 당시 정명훈씨를 지휘자로 영입하는 등 경영에서는 큰 성과를 올렸지만 정작 본인은 본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화려한 ‘권토중래’는 ‘우리금융 1세대’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성공에는 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이어온 끈끈한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민유성 후보는 전광우 위원장이 우리금융을 떠난 이후에도 종종 만남을 갖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팔성 내정자도 민 후보와 서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돈독한’ 사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모두 최근 잘 풀리고 있는 것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인간관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강신철 코람코자산신탁 대표 역시 ‘우리금융 1세대’다.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장기신용은행 이사와 국민은행 상무를 거쳐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금융그룹 산하 경남은행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서울 명동의 쇼핑몰 아바타와 남대문로의 서울씨티타워 인수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부동산 신탁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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