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꽁꽁' 물가 '쑥쑥' 촛불만 '활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6.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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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초라한 경제성적표

-세계경기둔화·국제 원자재값 상승
-대외여건 악화에 정책팀 오판도 가세
-단기성과 급급말고 성장잠재력 확충해야

 '경제 살리기'의 기치 아래 탄생한 '이명박'호가 3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그러나 100일간의 경제 분야 성적표는 초라하지 그지 없다.

 경기는 내림세다. 지난 4월까지 경기동행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경기선행지수도 5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새로 창출된 일자리 수는 지난 3월 18만4000개, 4월 19만1000개로 2개월째 20만개를 밑돌았다. 올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35만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가마저 뜀발질이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9%로 오르더니 4월에는 4.1%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 상한선(3.5%)을 넘어선지 벌써 5개월째다.



생산자물가를 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9.7%에 달했다. 지난 1998년 11월(11.0%) 이후 9년5개월만에 최고치다.

 경제의 대들보였던 경상수지마저 적자 행진이다. 지난 4월에만 15억6000만달러의 적자가 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적자다. 또 총외채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조만간 순채무국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재발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이같은 경제난의 대부분은 현 정부 경제팀 탓이 아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 신흥국의 수요 증가와 투기세력 가세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환경이 주된 이유다.


 경상수지 적자도 지난 정부의 업보로 보는게 적절하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한 강연에서 "(지난 정부) 통화 고평가 정책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인 원/달러 환율 상승 유도다. 새 정부 출범 당시 900원대 중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000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최근의 환율 상승이 전적으로 정부의 구두개입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도 시중의 고환율 기대심리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뛰는 가운데 이뤄진 환율 급등이 국내 기름값의 급격한 상승에 일조했다는 점이다. 특히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생계형 경유차 사용자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청와대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꺼번에 물갈이하겠다고 나섰다가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공기업의 손발을 묶어놨다.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할 마당에 공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해 국정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최악의 세계 경제 환경에 최악의 국내 여건이 겹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새 정부 경제팀에 '역전'의 기회는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규제 개혁과 감세를 착실하게 추진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문이다. 특히 환율 끌어 올리기와 같은 단기적인 성장 정책은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물가 부담을 고려해 환율은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와 함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규제 완화, 감세, 공공부문 개혁 등을 통해 투자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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