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투자, 뭔가 특별한게 있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6.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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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부자들의 자산관리와 투자 특성

강남의 신흥부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을까. 그들이 가입하는 상품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관심사는 주로 무엇일까.

압구정동, 도곡동, 대치동 등에서 강남 신흥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은행 PB들의 눈을 통해 부자들을 들여다봤다.



일단 PB들은 부자라고 해서 특별히 따로 가입하는 금융상품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이 가입하는 금융상품 대부분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을 위한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도 하고 100만원에 달하는 연회비가 필요한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도 한다.



◆부자들의 관심은 '돈, 건강, 자식'

이지연 농협 강남PB센터 팀장은 "부자들의 3대 관심사는 돈, 건강, 자식"이라며 "때론 과감하게 투자할 때도 있지만 본인이 잘 모르는 소위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굳이 성향을 구분한다면 확신이 있다면 진취적이나 대개는 보수적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부동산 쪽은 현 정책 하에 주택(아파트)으로 큰 이익을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을 해서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움직이는 추세"라며 "작년 말부터 한풀 꺾인 주식시장을 경험했고 아직도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해 현금비중을 늘리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투자성향을 풀이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도 ELS 중 기초자산이 우량한 펀드를 골라 포트폴리오에 추가 편입하는 등 투자를 완전히 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고 건강을 챙기는 것 또한 철저하고 자녀교육엔 남다른 정성을 쏟는다고 봐야한다"며 "특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해 종교 및 철학, 시사문제 등에 관해서도 중학생 자녀와 토론하는 고객도 봤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투자, 뭔가 특별한게 있다?


◆그들만의 세계, 사모펀드

부자들만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펀드가 있다. 그들만을 위해 별도로 조성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보통 최소설정금액이 30억원 정도이고 투자자수가 30명 이하여서 1인당 최소 1억원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사모펀드의 투자자를 3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50명 이상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에는 채권형 사모펀드, 2000년에는 주식형 사모펀드가 허용됐다. 2004년부터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개정돼 파생상품 사모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특별자산 사모펀드를 모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금융사의 일반 지점이 아닌 PB센터 등에서만 가입할 수 있어 일반 대중들이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사모를 형성해서 사모펀드를 운영하기도 하며 테마 펀드보다는 글로벌 자산을 적절히 배분한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인우 하나은행 압구정골드센터 팀장은 "사모펀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대상뿐 아니라 와인, 미술품, 드라마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 등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부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가 쉽다"고 말했다.

임병준 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최근 연 9% 수익률로 미국 맨하튼 콘도 및 아파트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미국 부동산 사모펀드가 판매돼 인기가 높았다"며 "와인 실물에 투자하는 와인펀드가 와인 애호가 및 부자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아트펀드 등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는 연회비 100만원

강남부자들이 쓰는 신용카드도 남다르다. 일단 연회비가 비싸다. 고객서비스도 차별화된 카드다.

PB들이 입을 모아 소개하는 카드는 다이아몬드카드와 인피니트카드다. 골프, 여행 및 예술의 전당 멤버십서비스 및 문화 생활편의 서비스가 다양하고 차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카드는 기존의 플래티늄카드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가로 연회비가 최고 100만원이나 된다.

골프장 정규홀 그린피 지원 및 주중 무료 골프, 호텔 무료 1박 제공, 골프 홀인원 축하금(100만원) 지원 및 주중 무료 부킹, 무료 항공권 등 잘만 이용하면 연회비는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는 카드라고 PB들은 소개했다.

박승안 팀장은 " 최근 VVIP고객들을 대상으로 출시된 카드는 연회비 등이 비싸지만 해외여행 무료항공권 등 그에 맞는 서비스들이 담겨있어 부자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를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차원 높은 PB들의 서비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세계에 사는 부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의 수준은 당연히 높다. 투자상품이나 신용카드 등 그들이 영위하는 세계가 남다른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들을 만나는 PB들의 서비스도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PB들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프 더 레코드(off-the-record)'다. 고객에게서 들은 얘기는 그것이 무엇이든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것. 간혹 살아오면서 우여곡절이 많고 인간관계가 간단하지 않은 경우 이런 원칙은 더 중요하다.

박승안 팀장은 "거액자산가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려면 우선 담당PB와 자산가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원할해야 한다"며 "자금을 밑고 맡길수 있는 신뢰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신뢰를 구축한 후 고객과 합의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야 오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며 "신뢰가 구축되면 설령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예상과 어긋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거래를 끊지 않고 계속적인 관계속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PB들은 이런 신뢰 속에서 고객의 자산에 대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분석에 들어간다.

정인우 팀장은 "먼저 고객이 부담할 수 있는 위험수준을 문의해 보수ㆍ중립ㆍ공격적 성향으로 구분하고 여러 유형의 상품을 골고루 설명해 알맞은 상품을 권유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할 경우 일부의 금액을 입금하게 하고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 대한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또 고객이 가족처럼 편하게 느끼게 하는 감성마케팅도 잊지 않는다.

박기섭 신한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고객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역량과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다"고 했고 임병준 팀장은 "고객의 관심사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하도록 감성으로 접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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