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곡물에 대한 불안감

카자흐 알마티=윤영호 통신원(Seven Rivers Capital 대표) 2008.06.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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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리포트]

자유무역이 기세 등등 할 때가 있었죠. 지금도 기세는 등등하죠. FTA네 뭐네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 기세가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에 대비하여 민족국가(nation state 또는 근대국가)라는 말은 매우 낡고 후진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국제정치의 큰 추세를 거스르는 사건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자원 가격의 상승" "곡물 가격의 상승"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자원과 곡물 가격 상승이 바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파괴시키면서, 사라져가는 민족국가의 역할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자원은 바로 인민의 것이며, 바로 그 땅에 사는 후세들의 것이지, 자원을 탐사하는 개별 기업의 것이 아니라는 논리는 너무 파괴력이 있어 자유무역의 논리를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자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로얄티, 또는 생산물 분배 협정 같은 것이 전부였죠. 이는 정부가 조금 얻어 먹는 수준입니다. 이것 이외에 법인세(법인 소득의 30%)를 징수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법인세는 자원기업만 내는 것은 아니죠!

탐사 성공에 대한 세금(이름하여 횡제세) 같은 것도 있죠. 최근에 카자흐스탄에 도입 된 것은 원유에 대한 수출 관세의 부과입니다. 수출 관세는 120불 이상의 경우에 61%까지 세금이 부과되게 됩니다. 향후에는 생산세라는 것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기존에 바텀라인에서 구전을 떼어 갔다면, 이제는 탑라인에서 구전을 떼어 가겠다는 의미겠지요.



핵심은 자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점점 강화 된다는 것이지요. 자원으로부터 개별 기업이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원을 국유화하는 과격한(사회주의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결국 자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점점 더 강화 되며, 자원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도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카자흐스탄에 투자하는 이유는 카자흐스탄 기업 하나가 매우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를 사야 하는 것이지요. 얼마 전 국내 모 저명인사가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말을 제가 카자흐스탄의 모 인사에게 했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너희나 잘 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죠?'
'OECD 국가 중에 원유 수입 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가 어딘지 알아요? OECD 국가 중에 식량 자급 자족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가 어딘지 알아요?'
'모르는데요! 그게 왜요?'
'그러니까 너희나 잘하라구요!'
<혼잣말> 그게 한국인가?


카자흐스탄에 위기가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만일 위기가 있다면, 저는 그렇게 말하겠어요. '위험하니까! 가지 마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원 많고, 곡물 많은 그 나라에 금융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데, 가서 뭐 살 거 없는지 가봐라!'라고 말이지요. 우리가 가져야 할 막연한 불안감은 '개발 도상국의 금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치솟는 유가와 치솟는 곡물 가격에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가져야 할 막연한 불안감은 '자원'과 '곡물'에는 자유무역이론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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