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자원과 곡물 가격 상승이 바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파괴시키면서, 사라져가는 민족국가의 역할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자원은 바로 인민의 것이며, 바로 그 땅에 사는 후세들의 것이지, 자원을 탐사하는 개별 기업의 것이 아니라는 논리는 너무 파괴력이 있어 자유무역의 논리를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탐사 성공에 대한 세금(이름하여 횡제세) 같은 것도 있죠. 최근에 카자흐스탄에 도입 된 것은 원유에 대한 수출 관세의 부과입니다. 수출 관세는 120불 이상의 경우에 61%까지 세금이 부과되게 됩니다. 향후에는 생산세라는 것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기존에 바텀라인에서 구전을 떼어 갔다면, 이제는 탑라인에서 구전을 떼어 가겠다는 의미겠지요.
우리가 카자흐스탄에 투자하는 이유는 카자흐스탄 기업 하나가 매우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를 사야 하는 것이지요. 얼마 전 국내 모 저명인사가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말을 제가 카자흐스탄의 모 인사에게 했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너희나 잘 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죠?'
'OECD 국가 중에 원유 수입 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가 어딘지 알아요? OECD 국가 중에 식량 자급 자족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가 어딘지 알아요?'
'모르는데요! 그게 왜요?'
'그러니까 너희나 잘하라구요!'
<혼잣말> 그게 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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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 위기가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만일 위기가 있다면, 저는 그렇게 말하겠어요. '위험하니까! 가지 마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원 많고, 곡물 많은 그 나라에 금융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데, 가서 뭐 살 거 없는지 가봐라!'라고 말이지요. 우리가 가져야 할 막연한 불안감은 '개발 도상국의 금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치솟는 유가와 치솟는 곡물 가격에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가져야 할 막연한 불안감은 '자원'과 '곡물'에는 자유무역이론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