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심(Net心)' 성난촛불로 깨어나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05.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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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UCC로 '소통'...'웹2.0' 시대 맞춰 진화하는 '넷심'

'넷심(Net心)' 성난촛불로 깨어나다


한동안 잠자던 넷심(Net心)이 다시 깨어났다.

매일 수만명씩 거리를 몰려나와 '촛불'로 거리를 밝히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정부고시 철회'를 외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넷심'이 작용하고 있다.

2007년 한해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대통령 후보경선과 선거때도 잠잠하던 넷심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대통령 선거를 그토록 뜨겁게 달궜던 넷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죽하면 '넷심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했을까.



그런 넷심이 건강과 직결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활화산처럼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깨어난 넷심은 이전 모습과 전혀 달라졌다. '참여'와 '공유', '집단지성' 등을 표방하고 있는 '웹2.0' 세대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넷심도 2.0 시대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은 없다", UCC시대 새로운 소통법
↑아프리카에서 매일 생방송 중계되는 '촛불집회'.↑아프리카에서 매일 생방송 중계되는 '촛불집회'.
나우콤 (132,800원 ▲6,600 +5.23%)의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www.afreeca.com)'. 이곳은 이용자들이 디지털 캠코더로 직접 찍은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 방송할 수 있는 UCC 사이트다.



정부의 쇠고기 고시가 발표된 30일 밤에도 이곳의 주된 테마는 '촛불집회'. 이날도 20여개의 촛불집회 방송이 개설돼 촛불문화제 진행과정에 대한 '날정보'가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생방송 중간중간 현장에 응원의 메시지들을 남기는가 하면, '고시철회' 등 채팅창을 통해 현장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이는 편집가공을 거쳐 정보가 전달되는 기존 미디어의 소통구조와는 전혀 다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4년 서비스가 개시된 다음 (42,400원 ▲900 +2.17%) 아고라(agora.media.daum.net). 이곳은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토론장이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협상 체결 직후부터 관련 네티즌들의 글들이 폭주하면서 '넷심'을 부활시킨 진앙지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대통령 탄핵청원 서명운동'부터 '촛불문화제', 공무원과 연구원들의 '양심 고백' 고백까지 이 공간을 통해 이슈화됐다. 특히 정부 고시가 발표된 29일에는 네티즌들의 폭주로 오전 한때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주로 뉴스 댓글 게시판이나 정치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여론이 형성됐던 반면, 이처럼 최근에는 동영상 UCC와 토론방 등 이른바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에서 이루어진다.

◇블로그, 넷심을 잇는 거미줄 네트워크
↑메타블로그 사이트인 올블그 메인화면.↑메타블로그 사이트인 올블그 메인화면.
UCC 열풍과 더불어 더 이상 정보 수용자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정보를 생산, 공유하고, 남들과 토론하는데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있다.

1인 미디어 '블로그'가 대표적인 예다. 블로거들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현안 정보들을 블로그에 올리면, 이 정보는 메타블로그(블로그포털)과 각 포털의 블로그 검색을 통해 다른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특히 블로그의 '트랙백(엮인글)'과 '댓글란'은 해당 블로거의 시각은 물론 이에 대한 다른 블로거의 의견, 심지어는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까지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트래백과 이용자들의 직접 추천해 상단에 노출되는 메타블로그는 기존 미디어 소통구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담론의 장(場)을 만들어낸다.

실제 블로거들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직후부터 '광우병 정보'와 '협상의 정당성'과 관련된 의견은 물론 감춰져 있던 국내외 정보들을 꾸준히 실어 나르며 다른 네티즌들과 소통했다.

국내 최대 메타 블로그사이트인 올블로그에는 지난 4월말부터 지금까지 연일 '광우병' 주제로 게시된 블로그 포스트들이 메인을 장식해왔다. 주요 포털들과도 다른 모습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정보들도 여과없이 올라오는 것도 사실. 하지만 누군가 또다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수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보의 자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미디어 유통구조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집단지성'의 힘이다.

때로는 기존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뉴스의 허점을 낱낱이 파헤쳐 조롱하는가 하면, 기존 미디어들이 다루지 못했던 정보들까지 찾아내는 등 기존 미디어식 소통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괴담론'과 '불순세력 배후론' 등 정부의 웹1.0 식 넷심 접근법이 제대로 먹혀들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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