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로맨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08.06.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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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칼럼]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에 등록됐을 때 CEO 프리미엄 10%가 더해졌다고 한다. 스타벅스 역시 올 초 창업주였던 하워드 슐츠가 CEO로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한국전기초자는 서두칠 사장이 퇴임하면서 주가가 40%나 빠졌었다. 유능한 리더의 가치는 참으로 크다.

리더의 가치와 그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이나 실패에 대한 실망 역시 크다. 프로스포츠팀은 경기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을 갈아치우곤 한다. 선수들을 모두 바꿀 수는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사람들은 성적이 안 좋은 이유를 감독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익숙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순이익이 격감한 시티그룹의 프린스 회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사랑이 식으면 뒤탈 또한 큰 법이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최고경영자에게 돌아간다.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보다 이상화되거나 과장되기 쉽다. 사람들은 리더가 마치 마법이나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려고 한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지나치게 리더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리더십의 로맨스(romance of leadership)라고 한다. 사랑하게 되면 상대를 이상형으로 보려는 성향이 있는 것처럼.



기업 성과의 20% 이상이 CEO의 역할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대중들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리더에게서 찾으려는 현상은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CEO는 외롭다. 성공에 따르는 화려한 조명의 뒤안길에는 실패할 경우 받아야 할 격렬한 비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 대한 대중의 로맨스는 뜨거운 만큼이나 차갑기도 하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고 투자자와 대중의 변덕스러운 로맨스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실망이 교차하는 것이 본래 로맨스의 성질이니까. 리더는 그저 성공을 향해 외로이 뛸 수밖에는 없다.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순간순간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CEO에 대한 보상이 월급쟁이의 그것보다 훨씬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하면 꿈을 꾼다. 꿈은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것이고 비전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흐릿한 꿈에 구체적인 계획을 부여하면 비전이 된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비전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

리더가 해야 하는 역할은 꿈을 비전으로 만들고 구성원의 합의와 지지를 끌어내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꿈은 헛된 몽상이 되고 리더는 자신이 실제 범한 잘못 이상으로 로맨스의 변덕에 따른 희생양이 되고 만다.



리더십의 로맨스는 리더에 대한 추종자들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져 보이려고 노력한다. 리더십의 로맨스는 리더가 성공을 향해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사랑의 묘약일 수도 있다.

그러니 성공에 대한 찬사든 실패에 대한 비난이든 그것이 지나치더라도 리더십의 로맨스를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나 정치 현실에서나 리더가 떠안아야 할 몫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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