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스태그플레이션 다시'1970?'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5.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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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곡물 인플레 유사하지만 훨씬 심각

-스태그플레이션 70년대와 유사 그러나 더 위험
-자원 매장 한계치 드러나고 있어
-금리인하 무용론..태양열 등 투자 늘려야

스태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전 세계가 성장 없는 '슈퍼 인플레'에 휩싸인 것이다.



'오일 쇼크'에서 비롯된 인플레라는 점에서 30년 전과 비슷하다. 식량,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지만 기후 문제 등으로 공급이 수요에 미치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1970년대의 환난과 다르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70년대보다는 강도가 약한 것 같지만 사실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세계 경제 규모가 더 커진 데다 자원은 한계치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 70년대와 유사…그러나 더 심각 =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은 28일(현지시간) 포천지 기고에서 "30년전 1970년대 경제현상이었던 '스태그플래이션' 재등장했다"며 "지금 현명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에 15년이 걸렸던 그 때보다 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7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비용을 톡톡이 치렀다. 1973년 중동은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에 휩싸였다.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석유시장 수급은 팍팍해졌다. 1973년 전쟁 이후 아랍권의 보이콧 때문이기도 했지만 주된 이유는 공급은 제한적인데 전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식품가격도 수요 증가에 급등했다. 1972년 엘리뇨현상에 따른 기후 충격도 한몫했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전 세계는 강한 성장, 낮은 인플레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원유 공급은 다시 타이트해졌다.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사진:포천)↑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사진:포천)


세계 원유 생산량은 1960~1973년 하루 2100만 배럴에서 5600만 배럴로 증가했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6년 기준 원유 생산량은 하루 7300만 배럴 정도다. 페르시안 만의 원유 생산량은 1974년 이후 거의 늘지 않았다. 2002년 이후 국제유가는 5배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는 식량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 남서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지중해 연안, 호주 등지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변화는 1970년대보다 심각하다.

엄청난 수요에 곡물가격은 지난해 한해 동안 2배로 뛰어올랐다. 앞서 2005~2006년에는 호주의 가뭄과 유럽의 고온현상이 곡물가격을 끌어올렸다.

덩치가 커진 만큼 빠른 회복도 어렵다. 세계 인구는 1974년 40억명에서 현재 67억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 수입은 23조 달러(현재 통화가치로 환산)에서 65조 달러로 불어났다.

◇ 2008 '新스태그프레이션' 열쇠는 = 첫번째 스태그플레이션은 '15년간 성장둔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극복됐다.

1960년부터 1973년까지 매년 5.1% 성장했던 세계 경제는 1973~1989년 기간에는 연 3.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공급 제한에 따라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성장도 미진했다. 고유가는 금융 위기를 불렀고 세계 중앙은행들은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 팽창 정책을 썼다.

하지만 결과는 성장이 아닌 인플레였다.

삭스 소장은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며 상품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하해온 연준을 비판했다. 그는 "심각한 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했을 때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70년대와 달리 현재 주어진 '희망'으로 대체에너지를 제시했다. 그는 "범 세계적으로 일관된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며 "태양열 에너지만 해도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몇 배를 넘어설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열, 보다 안전한 원자력, 그린 빌딩 등의 기술은 연료 부족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를 억제해 식량 증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삭스 소장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인색했던 미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대신 정부는 고작 연 30억 달러를 에너지 개발 및 연구에 투입했다"며 "이는 펜타곤에서 36시간 동안 쓸 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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