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를 '학생'으로 모시는 교장선생님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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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이로운 소비]<5-2>500명 노인일자리 창출 경주시니어클럽의 진병길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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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를 '학생'으로 모시는 교장선생님


진병길(44) 경주시니어클럽 관장 겸 신라문화원 원장은 은사를 가르치는 교장이다. 무산중학교 시절 그를 가르쳤던 은사들은 그가 교장으로 있는 시니어클럽 교육과정의 제자가 됐다. 새로운 전문분야를 뚫었다. 문화유산해설사 등 새 직업도 얻었다.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연세가 되셨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용기를 드립니다. 대신 우리는 어르신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요."



낙 없이 고스톱과 술에 빠져 살던 노인뿐 아니라 교수, 공무원, 대기업 퇴직자들도 시니어클럽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다. 문화유산해설, 숲해설, 차문화예절, 유적발굴, 서라벌찰보리빵 등 12개 사업단에서 총 500여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었다.

"어르신들이 일을 하시게 되면 젊어지세요. 아무래도 남 앞에 서니까 무스도 바르고 화장도 하시게 되잖아요. 자신을 가꾸게 되는 것이지요. 교육과정에서 취미가 같은 새로운 친구도 만나시고요."



그는 "어르신들이 매주 나갈 곳, 일할 곳을 만들어드리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주시니어클럽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배경과 소득은 천차만별이다. 차상위층 저소득층이 있는가 하면 SM7을 몰고 오는 부유층도 있다.

포항에서 차를 몰고 출근하는 한 60대의 한 해설사는 기름값, 밥값으로 자기 급여보다 많이 쓴다. 그래서 배우자가 붙여준 별명이 '마이너스통장'.


진 관장은 노인 일자리에서 단순한 급여 이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물론 저소득층 어르신은 일자리에서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사회적 의미가 그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지식과 지혜를 우리 사회가 얻게 되니까요."

2002년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은 경주시니어클럽은 전국 35개 클럽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거론된다. 경주라는 역사, 문화적 배경에 맞게 신라문화원이 교육과정과 사업단을 잘 구성한 덕분이었다.

신라문화원과 경주시니어클럽 직원만 해도 10명에 이른다. 그 자체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셈이다.

진 관장은 "우리들(시니어클럽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면 어르신들은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며 세대 간의 상생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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