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차 투어' 유행 "112로 문의하세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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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올린 '닭장차 투어' 패러디물↑네티즌이 올린 '닭장차 투어' 패러디물


네티즌들 사이에 '닭장투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연일 이어진 미국쇠고기 수입 반대 도로점거 촛불시위로 무더기 연행사태가 속출하자 이를 여행에 빗대 풍자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속칭 '닭장차'로 불리는 경찰 호송버스에 태워져 신분조회를 받고 경찰서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놀이'로 표현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패러디 사진과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다.



"좌석 완벽구비, TV도 있다. 비용은 무료, 112로 문의하세요", "순서 잘 지켜 타시고 내릴 때는 벨을 누르세요", "삶은 계란 필수" 같은 '발랄한' 글들이 많다. 제공되는 서비스로 '피해라! 날선 방패', '즐거운 신분조회', '닭장차에서 정모' 등을 소개해 놓기도 했다.

연행자 숫자에 맞춘 비유도 있다. "오늘은 그 동안 98명(27일 새벽까지 연행자 숫자)의 베스트 촛불잔치 회원들만이 관광 및 견학했던 경찰서를 회원 모두가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네티즌의 글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경찰의 촛불시위 강제해산과 연행을 비꼬려는 의도다. "경찰청장의 이런 훈훈한 배려에 우리 시민들은 화답해 좋은 투어를 할 것을 결심하고 있다"는 '경고'성 글도 적지 않다.

아울러 이번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축제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장'한 과거 시위 분위기와는 달리 하나의 놀이문화로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이런 풍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6일 새벽 촛불시위 때 신촌에서 부상을 입었다는 최모(31)씨는 "젊은 집회 참여자들이 기존 권위에 대한 조롱을 즐기는 것 같다"며 "그 와중에도 우리는 '죄지은 것 없다'는 떳떳한 생각이 이런 희화화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고 웃는 등 당당한 모습을 보여 당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28일 5일째 이어진 도로점거 촛불시위 때 처음으로 연행자가 없었던 것도 경찰이 시민들의 이 같은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는 식에 대규모 '자발적 연행'을 우려한 결과가 아니냐고 추측했다.

한편 29일 오후 4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관련 '수입위생조건', 이른바 '쇠고기 고시'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날 저녁부터 벌어질 대규모 촛불집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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