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 버블 붕괴 포인트 도달?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5.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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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130달러 넘자 유럽·美 수요 감소

-배럴당 130달러 넘자 유럽, 미국은 이미 수요 감소
-아시아국 보조금 줄여..중국, 인도가 관건
-FT, 버블 붕괴 가격대 임박

고유가가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주 배럴당 135달러마저 넘어선 상황에서 정말 일부 전문가 주장처럼 연내 150달러까지 더 오를 것인지 아니면 끔찍한 조정에 진입할 것인지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각한 탓이다.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기초금속, 귀금속, 식료품까지 망라한 상품 가격 전망은 매우 힘들다. 이들 상품 가격은 반드시 그렇지 않지만 대체로 유가의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상품시장의 척도인 것이다. 당연히 유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마저 넘어서자 이후 흐름을 두고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며 수요 관점에서 볼 때 '붕괴 가격'(destruction point)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붕괴 가격이란 버블이 해소되는 출발점을 의미한다. 너무 비싸서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가격대다.



FT는 석유 소비자들이 하나둘 줄어들고 있다며 그동안 유가를 끌어올린 수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어부에서부터 영국의 트랙터 운전자가 유가 급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손을 놓고 있으며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 역시 적지않은 노후 항공기를 차고에 담아둔 상황이다.

보다 의미있는 사건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예산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유류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이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대만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석유 소비는 치명타를 입게된다.

메릴린치의 프랜시스코 블랜치 분석가는 "수요 파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없거나 미미한 유럽과 미국은 이미 수요 파괴 시점에 도달했으며, 강력한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는 이머징시장의 수요만 증가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맥커리의 노만 바라캇 역시 블랜치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석유 소비를 줄이겠다고 난리"라며 "조만간 성장이 뜨거운 아시아 국가들도 보조금을 줄이면서 수요 파괴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준다는 생각이 확산되면 투자자들도 원유시장에서 탈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와인버그는 "90달러 이후로는 투기적인 수요가 차지한 비중이 높은 만큼 조정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상품시장 모두가 버블은 아니지만 원유시장은 고점이 임박했다"고 덧붙였다.



코메르쯔방크의 유젠 와인버그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의 작은 붕괴는 수요가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곤 했다"며 원유시장이 투기적인 버블의 한 가운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가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전까지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오는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보조금에 손을 대 '판'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도 팽배하다.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해 투기세력이 유가를 자극했다는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많다. 수요가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골드만삭스는 오래전부터 200달러 시대를 예고했고 모간스탠리는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원유시장에 새롭게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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