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GE 가전 매각을 둘러싼 복잡한 계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5.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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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4조 인수자금 부담스럽지만 경쟁구도 의식 안할수도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매각이 전세계 가전업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연일 구체적인 회사 이름을 거론하면서 에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GE의 의도적 '펌프질'이 의심되지만 그렇다고 간단히 볼 사안은 아니다. 거명된 회사들도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GE 가전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70억 달러. 미국의 월풀이 194억 달러로 1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156억 달러로 2위, LG전자 (110,900원 ▲800 +0.73%)가 126억 달러로 3위다.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전세계 가전업계의 판도가 바뀐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말처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슈+]GE 가전 매각을 둘러싼 복잡한 계산


게다가 GE는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2위다. 미국 소비시장이 서브프라임, 고유가 등으로 예전만 못하다 해도 세계 최대 시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미국 가전의 자존심 'GE'를 인수했다는 것 만으로도 인수한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는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모든 가전업체가 후보로 거론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일렉트로룩스를 비롯해 중국의 하이얼, 멕시코 마베, 독일의 보쉬, 터키의 아르첼릭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GE 가전사업을 인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회사는 없다. 삼성전자만이 '관심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62,700원 ▼300 -0.48%) 고위 관계자는 "최근 멕시코 생활가전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2013년까지 1억2000만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키로 했다"며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소극적 입장을 밝혔지만 이멜트 회장이 "LG전자가 가장 앞서 있는 인수 후보"라고 말하면서 깊숙히 끌려 들어갔다. 하이얼은 GE 가전사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내 은행과 접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상태다. 하이얼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2년전 미국 가전회사 '메이텍' 인수를 추진한 바 있어 LG전자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인수후보들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잡한 계산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가 먹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경쟁사들이 먹어 강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처지다.


가장 큰 문제는 GE 가전사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다. 업계에서는 GE 가전사업 매각대금을 최소 40억~80억 달러(약 4조~8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해 어느 인수후보에게도 힘겨운 금액이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보유현금 1조원을 감안할 때 캐쉬 플로우(현금창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E 가전사업이 이 금액을 들여서 사들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LG전자의 경우 GE와 중복되는 제품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관심없다고 딱 자르기도 쉽지 않다. 내가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경쟁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은 10위권 밖인 하이얼이 GE를 인수하면 단숨에 5위권으로 도약한다. 이 때문에 최소한 GE 가전의 매각가를 높여 인수하는 경쟁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는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알면서도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이같은 여러가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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