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시장 장악 야심 물거품 되나

송정렬 기자 2008.06.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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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하나로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의 600만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하나로텔레콤에 이어 KT 등 유선통신업체들이 잇따라 핵심영업 수단인 텔레마케팅(TM) 중단을 선언했다. 경찰에 이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TM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가장 속을 태우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SK텔레콤 (57,500원 ▼900 -1.54%)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하나로텔레콤의 기존 외국인 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보유한 주식 38.89%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1만1900원으로 총 1조877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은 인수계약 이후 당초 우려와 달리 공정거래위원회와 당시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로부터 주식인수에 대한 인가를 얻어 지난 2월 하나로텔레콤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더구나 인수 시너지를 상쇄할만한 심각한 인가 조건도 부과되지 않아 SK텔레콤은 사실상 별다른 출혈없이 하나로 인수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셈이었다.
SKT 통신시장 장악 야심 물거품 되나


◆성공적 인수...그러나 하나로 아킬레스건서 문제 터져



SK텔레콤은 360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90만명의 인터넷TV(IPTV) 가입자를 보유한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유무선통신 뿐 아니라 방송-통신융합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암초는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통신업체들의 아킬레스건인 개인정보 문제에서 터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4월23일 2006년 1월부터 2007년 말까지 약 600만명에 달하는 하나로텔레콤 고객의 개인정보 8530만건을 전국 100여개 TM업체에 불법 제공한 혐의로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와 전현직 지사장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사실 경찰의 이날 발표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개인정보 유출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었다. 심지어 하나로텔레콤은 지속되는 경찰수사로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진정을 넣기도 했었다.

당초 경찰의 수사 발표 직후만 해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책임은 기존 외국인대주주들에 있는 만큼 SK텔레콤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나로텔레콤을 확실히 자신의 입맛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옥션 해킹사고와 맞물려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사회적인 논란으로 확산됐다. 특히 경찰이 대형 통신업체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판매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반발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정보를 돈을 받고 판게 아니라 TM을 외부유통망으로 활용하면서 고객정보를 소홀하게 관리했을 뿐"이라는 하나로텔레콤의 궁색한 변명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분노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불매 및 해지 운동을 넘어 집단손해배상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어 이번 사건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다.



◆진퇴양난 SK텔레콤, 일단 선긋기에 나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SK텔레콤의 입장은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가만 두고보자니 사건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그렇다고 나서자니 자칫 비난의 화살이 자사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일단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책임자인 하나로텔레콤의 기존 대주주와의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기존 외국인 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시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내용과 심각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SK의 기업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의 소송 검토 배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이미 해체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 구성된 펀드들 중에서 소송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이미 경찰의 하나로텔레콤 수사가 진행됐고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의 유선통신업체들의 아킬레스건이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현재와 같은 심각한 파장은 예상하지 못했어도 그 가능성여부조차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분석이다.



하나로텔레콤의 기존 외국인 대주주들이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영업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것은 통신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도 안된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 기존 외국인 대주주를 상대로한 SK텔레콤의 소송 검토 발언은 SK텔레콤도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궁색한 조치라는 것이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들도 “당연히 관련실무선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인정보 파문, 언제 가라앉을까

현재로선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 중인 조사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집단소송 등에 대한 뚜렷한 대응카드가 없다는 점도 SK텔레콤의 고민이다.

일단 하나로텔레콤의 TM을 중단, 문제의 확산을 막는 한편 방통위 제재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파문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에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건의 파문이 진정되면 본격적으로 하나로텔레콤 환골탈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명변경부터 문화 등 조직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하나로텔레콤을 SK그룹 자회사로 재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건은 방통위 제재 등으로 이번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냐다. 현재 경찰의 칼은 이미 다른 유선통신업체로도 향해 있어 언제 추가적인 개인정보 유출 폭탄이 터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무선을 넘어 유선통신, 더 나아가 융합시장까지 장악하려던 SK텔레콤의 계획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당장 인수 시너지는 고사하고 사태 해결의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은 한동안 하나로텔레콤 딜레마로 곤욕을 치러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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