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가대책 '뾰족한 수가 없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5.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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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제도…지원 대상·규모 극히 미미
-유류보조금 인상은 "언발에 오줌누기" 평가
-공공요금 인상 억제 방침 지켜질지 미지수

정부가 28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냉소다.



정부는 세금 인하로 유류 소매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에너지 바우처제도 도입, 유가 보조금 기간 연장 등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유가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과 물가 급등을 막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공공요금 안정과 에너지 절약운동 동참 확대 등의 대책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바우처제도란 특정 계층에 쿠폰을 지급해 난방, 가스, 전기 요금 등 에너지 소비에 사용하게 하고 정부가 나중에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당과 협의를 거쳐 다음달 안에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는 지난해 말 한차례 도입이 검토됐지만 유가 상승세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 추세가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신속하게 도입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바꾸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갈 것 같고 내수 시장 갈수록 어려워져 한가하게 제도 도입을 검토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이 논의됐을 때 저소득층의 난방비 지원이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계절을 감안할 때 당장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우처 제도의 특성상 지원 대상과 규모가 극히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유류 보조금 지급 연장 방침에 대해서도 운송업계 등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정부 대책에 대해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언 발에 오줌누기도 되지 못하는 대책"이라며 유가 인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운수노조 등은 휘발유값과 경유값 비율을 100대 85로 유지하기 위해 경유 유류세 인하 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올 초 유류세 인하 효과가 단기에 그쳤고 국제적으로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추가적인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이날 대책 가운데 서민생활을 위해 공공요금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은 요금 인상 압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지켜질지 미지수다.

앞서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지난 26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전기 및 가스 요금이 상당히 저렴한데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 방침을 내비쳤다.



버스와 택시업계 역시 최근 경유 및 LPG 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늘어 조만간 가격 인상 움직임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2차 오일쇼크 등 과거 에너지 가격 급등 때처럼 민간에 에너지 절약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정부의 에너지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24일 '국가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건물 냉난방 규제책이 마련됐지만 '지나친 사생활 간섭'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는 민간 부문의 에너지 절약방안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 동참 유도라는 결론만 내려졌다.

유가 대책과 관련해 범정부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작 관계부처들 사이에서도 조율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에너지 절감 유도 방안으로 연비1등급 차량 취득세 등 감면과 고속도로 통행료·공용주차장 요금 할인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간 이견으로 정작 이날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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