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값을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자 기업들은 감산, 감원, 절감 등 온통 '줄이는데' 열중하고 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덜 움직이면서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게 기업들의 더 큰 고민이다.
쌍용차는 경유값 급등으로 주력차종인 SUV 판매가 급감하자 렉스턴과 엑티언 생산라인에 대해 6주간의 감산을 결정했다. 반면 기름을 덜 먹는 경차는 심지어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기아차 뉴모닝의 경우 신차로 출고돼 곧바로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신차보다 50만원 가량 비싸게 팔릴 정도다. 신차 출고를 기다리지 못해 웃돈을 주고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유화업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SK에너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공장 4곳 중 1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1분기에는 90%에 이르는 정유시설 가동률도 87%로 낮췄다. GS칼텍스는 올해 초부터 100%를 유지했던 BTX 가동률을 90%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철강사들도 고충이 적지 않다. 철근의 원료가 되는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충분해 가격을 올리더라도 판매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주범처럼 비치는게 부담이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발표해 경유가가 휘발유가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내달 10일까지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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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관계자는 "원자재가 대란이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사안이라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하청업체 등 다른 한편에선 납품가격 등을 올려달라는 압력까지 강해 초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