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책,선진국방식만 따를 순 없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05.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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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래권 기후변화대사, "우리 산업구조에 맞는 대책 필요"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더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왜 의무감축국에 들어오지 않느냐'며 닥달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물론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규모를 더 키워야만 합니다."

↑ 정래권 기후변화대사↑ 정래권 기후변화대사


정래권(사진)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는 28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만 이야기하고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기후변화대사는 이번 정부 들어 신설된 직책으로 온실가스 감축 관련 국제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대변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최근 방한한 힐러리 벤 영국 환경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0년간 영국이 25%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은 되레 8% 줄었다'고 지난 27일 강조한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채광·철강 등 영국의 전통 산업들이 외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붕괴됐기 때문에 영국은 어쩔 수 없이 금융 등 서비스업 중심구조로 산업구조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온실가스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이 외국에서 엄청난 양의 재화를 수입해 들여오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따지면 실제로 감축된 양은 전혀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독일 역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제조업 기지를 이전했기 때문에 자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 뿐"이라며, 가장 강한 기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유럽연합(EU)의 정책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독일 녹색당이 이미 밝힌 바 있는 생태적 세금제도 개혁을 통해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기존 세금부담을 대폭 줄이는 대신, 경제주체들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중심 세제'가 도입되면 자연히 민간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세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이런 작업은 자금과 기술이 있는 선진국이 미리 시행하고 그 노하우(Know-How)를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대사는 "우리나라는 개도국을 선도하는 나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나름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등 우리나라만의 기후정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르웨이는 차량 통행수를 줄이기 위해 전철로 이용가능한 도심에만 대형할인점을 세울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등 선진국들은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도모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도 스스로 저탄소 소비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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