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30원' 고환율 정책 포기했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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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 상승 유도' 여전히 유효 "속도 조절일 뿐"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것일까."

지난 27일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1030원대 중반으로 10원 이상 끌어내리는 개입을 단행하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얘기에 외환당국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환율 상승 유도'라는 방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속도조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이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기름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적어도 다음달까지 정부는 환율을 1040원 아래로 묶어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관계자는 28일 "환율 정책에서 고려할 변수들의 가중치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선순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안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경상수지 개선'을 우선한다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은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그러나 "정책에 '올인'이란 있을 수 없고 물가 등 여러가지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2주 전의 환율 1040원과 국제유가가 재차 급등한 지금의 1040원은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폭등한 유가 수준을 고려할 때 1040원의 환율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국은 지난 27일 환율이 1052원선으로 치솟자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해 1040원대 초반으로 낮췄고 이후에 거듭 개입하며 결국 1030원대 중반까지 끌어내렸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환율마저 오르면서 원화 기준으로 기름값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당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주도입 원유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일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한 뒤 최근에는 12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유가 뿐 아니라 최근 환율 자체의 상승 속도 역시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월평균 환율로 보면 지난 3월 980원, 4월 987원이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평균 환율은 1036원이었다. 이달 중 1036원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월평균 환율이 한달새 50원 가까이 뛰는 셈이다.

정부 스스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한번쯤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그러나 당국이 중장기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점진적인 속도의 환율 상승을 유도할 공산이 커 보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로 인한 아픔이 있는 것은 알지만 지금처럼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2∼3년 뒤 경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낮은 환율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쌓인 뒤에는 경제가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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