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진타오 "우리는 오랜 친구"

베이징=송기용 기자 2008.05.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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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머리를 맞댔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은 공식환영식부터 단독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국빈만찬까지 3시간여를 함께 했다.

재벌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과 공산당에서 잔뼈가 굵은 마르크시스트(마르크스주의자)의 만남인데다 새 정부가 미국,일본 등 전통 우방국과의 관계 복원을 추구하고 있어 회동 전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속담과 겪언을 섞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독,확대 정상회담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울때 진정한 '정리'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단독 정상의 대화는 쓰촨성 지진을 주제로 시작됐다. 후진타오 주석은 회담 첫 머리에 "중국에서는 어려움이 있을때 진정한 '정리'를 알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후 주석은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 대통령께서 신속하게 위로 조전을 보내준 것은 물론 주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애도하고 긴급 지원과 구조대를 파견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금을 많이 해줘 한국과 중국 사이의 우호를 두텁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이재민을 대표해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 사람은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함께 한다"며 쓰촨성 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후진타오 주석의 리더십과 중국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피해복구를 성공적으로 신속히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을 확신한다"며 "올림픽 개막식은 좋은 일이니까 꼭 함께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후진타오 주석 오랜 친구 같다"
이같은 분위기는 확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간 현안과 과제를 나열한뒤 "내가 바라는게 너무 많았나?"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중국 칭다오에서 새벽에 닭이 울면 인천에서 들을수 있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며 양국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후진타오 주석을 처음 뵙습니다만 회담을 하면서 보니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진타오 주석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후 주석은 웃음을 지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 특유의 위트감각과 순발력이 발휘됐다"며 "덕분에 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오늘 '실용의 치'에 대해 말했지만 후진타오 주석도 실사구시, 무실역행을 중시하는 등 실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두 정상의 지도철학이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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