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공무원 "쇠고기 협상은 굴욕적"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5.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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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지부장 개인성명 통해 장관 비난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졸속, 굴욕적 협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한다"고 선언해 관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진(42) 전국민주공무원노조(전공노) 농식품부 지부장은 지난 26일 전공노 홈페이지에 개인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협상은 한마디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 양국간 입장 조율이 잘 안되던 상황이 무능하고 무소신한, 그리고 자기만의 영달만을 고민한 장관과 대표가 단 하룻밤 만에 미국측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과 과학적 기준, 안전성이라는 말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면서 "협상결과에 미국도축장 승인권한을 90일까지만 우리 정부가 갖고 이후부터는 미국이 갖게 되어있는데, 이는 OIE규정은 물론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정부는 SPS(동식물위생협정)상의 동등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그간의 협정내용과 전혀 다른 것"이라며 "95년 WTO 가입이후에도 승인 권한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었고, 또 우리정부가 작업장 지정을 취소할 권한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소당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우려 지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국내차원의 안전대책을 밝혀야 하고, 촛불문화제의 개최를 적극 보장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녹을 먹고 있는 농식품부의 한 공무원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으로 판단돼 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성명발표 심경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저의 이번 입장발표는 협상과정 자체에 대한 것이지,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따라서 수입되는 쇠고기 안전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지나친 비약으로 발전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6급 직원으로 최근 조직개편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해 대기 상태에 있다.

한편 이 지부장의 성명 발표 사실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 관련 홈페이지에는 '양심선언한 공무원을 지켜주자'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고 있는 등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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