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근원지에 희망을 심고 미래를 꿈꾼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6.08 10:03
글자크기

[머니위크]기업 사회공헌기업 현장을 가다/대한항공

“나무가 어디 있어?”

한진그룹 몽골 식림행사에 참여한 손대용(25. 인하대 환경공학과 4년) 군이 ‘대한항공 숲’을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다. 몽골에서의 식림활동이 5년이나 됐다고 하는데 현장을 가보니 황량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울창한 숲을 기대했던 손군은 뿌연 황사 바람만 날리는 대한항공 숲을 보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나 손씨는 건조한 대지에서 가늘고 작지만 살아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손군이 발견한 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였다. 손군은 “한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을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숲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완성된 푸른 숲을 상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황사 근원지에 희망을 심고 미래를 꿈꾼다


◆몽골 '대한항공 숲', 황사 방지 나선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남짓. 사막화가 진행 중인 바가노르구에는 '대한항공 숲'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숲이 있다. 국내 기업의 이름을 딴 이 숲은 한진그룹이 5년째 진행하고 있는 숲 조성 사업지이다. 한진그룹은 황사의 근원지를 숲으로 탈바꿈 시기겠다는 목표하에 숲 조성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방사림(防沙林) 조성사업으로 인해 대한항공 숲은 약 3만그루의 나무로 이뤄져 있다. 올해에도 5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신입직원 170여명과 한진그룹 산하 재단인 인하대학교, 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40여명이 참여해 1만2000그루를 더 심었다.

대한항공 전 직원은 온라인 사내교육으로 ‘기업과 환경’이라는 특별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매년 5월 바가노르구에서 5박6일간 포플러와 소나무를 심으면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대한항공 숲은 바로 신입사원들의 값진 결과물이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대한항공의 노력은 몽골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사막에서도 바가노르구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대한항공 녹색장성 생태림’ 조성사업은 몽골과 더불어 황사 근원지를 숲으로 만드는 작은 실천활동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승무원을 포함해 과장급 이상의 중견직원들과 함께 쿠부치사막의 방사림 조성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1년까지 쿠부치사막 내 약 600ha 면적에 방사림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신입사원은 몽골의 바가노르구에 중견직원은 중국의 쿠부치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국경을 넘나드는 방사림 '경쟁사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이 추진하는 몽골 방사림 조성 봉사활동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몽골에서만 조성된 숲의 규모는 불과 5ha다. 산림청이 지난해부터 95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추진하는 몽골 내 조림사업(3000ha 규모)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산림청보다 4년 앞서 황사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사회공헌활동으로 사막화 방지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몽골의 대한항공 숲 조성 사업계획의 최종 목표는 결정된 바 없다"며 "이처럼 한도를 규정짓지 않은 이유는 황사가 사라질 때 까지 끊임없이 해나갈 사회공익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약한 시작이지만 창대한 끝을 꿈꾸는 대한항공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몽골과의 돈독한 관계

대한항공 (22,650원 ▼100 -0.44%)의 방사림 조성 활동은 현지 몽골 정부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2006년 몽골정부가 징기스칸제국 수립 800주년을 기념한 지방자치단체 녹지조성 사업평가에서 대한항공 숲을 우수공원으로 지정한 것도 감사의 표현이다.

최근에는 몽골 지방관료들의 현지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몽골 그린벨트사업의 친환경 봉사활동 모범사례로 널려 알려졌기 때문. 바가노르구는 몽골에서도 식물이 생존하기에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지만 이곳은 97%의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식림 사업지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대한항공의 몽골사랑은 1992년 B727기를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이 항공기는 당시 몽골 최초의 제트여객기로 몽골에서 거국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조종사와 정비 기술진을 교육시켜 주면서 몽골 정부의 높은 환심을 샀다.

이에 몽골은 대한항공의 유럽행 항공기가 몽골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늘길을 열어주며 호의에 화답했다. 대한항공의 몽골과의 우애관계는 결국 유럽행 항공편의 운항시간을 단축시켜 경비ㆍ시간 절감효과를 얻는 동시에 한-몽골 간의 우호증진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한진그룹의 몽골 내 공익활동은 방사림 조성에 그치지 않는다. 인하대병원 의료봉사단 현지파견, 몽골항공 직원 위탁교육, 몽골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 등 다양한 우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소속의 의료봉사단은 몽골의 의료시설 개선과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진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하의료봉사단이 몽골 준모드시 튜아이막도립병원에서 8박9일간 500여명의 현지인을 진료하고 생필품을 전달했다.

대한항공에서는 몽골항공에 서비스와 안전 시스템을 전수하고 있으며 울란바토르공항의 항공 관제시설 개선투자에도 참여하는 등 몽골 항공산업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21세기 한국연구재단 주관의 몽골장학사업은 몽골우수장학생을 선발해 국내 대학에 유학을 보내주고 있는 공익사업이다. 1996년 처음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래 해마다 장학생을 선발해 인하대와 한국항공대 및 국내 주요대학에 유학을 보내는 한편 울란바토르대학교 내 한국어 교육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은 몽골에서 1년간 한국어교육을 이수한 뒤 한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며 학사ㆍ석사ㆍ박사과정의 학비와 생활비, 숙소 등을 한진그룹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21세기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991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 가장 등 1953명의 국내 청소년에게 모두 17억7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황사 근원지에 희망을 심고 미래를 꿈꾼다
◆‘한국어 위상 높였다’ 정부 감사패 받아

한진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멀리 유럽 대륙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한항공은 세계 3대 박물관인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루브르박물관 측의 작품 해설 장비 현대화 작업을 후원하는 조건으로 루브르측과 협상을 벌여 지난 2월부터 한국어로 작품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대한항공의 루브르 박물관 안내 서비스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박물관 관람객 수가 우리나라를 능가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먼저 자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9년간 사랑을 보내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성사시켰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국제 문화유산 후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부는 5월20일 한국어를 통해 국위 선양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대한항공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한국학연구소를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전 그룹차원의 적극적 후원운동을 벌여왔다.

◆재해 국가 지원에 불우이웃돕기로 다각화

한진그룹의 국경없는 나눔활동은 중국의 지진피해에도 발빠르게 진행됐다. 한진그룹은 중국의 쓰촨성 지진으로 피해입은 이재민을 위해 담요 2000장과 생수 3000박스(1.5리터 3만6000병)를 마련해 특별 화물기로 현지까지 배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엄청난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쓰촨성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실의를 딛고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희생자 운구 수송을 위해 149석의 B737-800을 A330-300으로 긴급 교체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달랬다.

한진그룹은 1998년 중국 후베이성 대홍수 참사를 비롯 북한 용천 폭발사고, 일본 니가타 지진, 러시아 테러사건, 쓰나미 동남아 지진해일,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등 국내외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구호품을 지원하고 구호물자 수송을 위한 특별 화물기를 투입해왔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구성된 사내 봉사단체인 '고니회(여승무원)'과 '승우회(남승무원)' 회원들은 4월 하늘사랑 바자회를 열고 국내외 임직원 및 승무원으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개최해 얻은 수익금을 강서구 지역 결식 아동 등에게 전달했다.

회원들은 평소에도 지역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