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까지 겹치면서 육류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 '3(高)'로 거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져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美 쇠고기 수입 재개..특수는 커녕=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수입조건 고시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유통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이번에 다시 수입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상황은 딴판이다. 할인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미 쇠고기 판매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광우병 공포로 인한 전반적인 육식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특수보다 비난만 감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5월 쇠고기 매출은 전년대비 9.3% 감소했고 계육은 71% 급감했다. 수입육도 45% 감소했다. 쇠고기, 닭고기 기피로 돼지고기만 매출이 40% 증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육류 매출 구성비면에서 한우는 지난해 5월 22.2%를 차지했지만 올 5월 18.2%로 감소했다. 계육은 9%에서 2.6%로 줄었다. 돼지만 27%에서 38.1%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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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이마트 축산팀 과장은 "육류 비중은 골고루 분포돼야 하는데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균형이 깨지면 결국 전반적인 수요, 공급, 가격에 혼선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매경기 여건 악화, 유통업종 '암운'=치솟는 물가는 소비 심리가 위축, 소매경기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 생산자물가는 9.7% 뛰었고 수입물가와 원재료물가는 각각 31.3%와 56%씩 치솟았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에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져 가계에 주름이 깊어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1만 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등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쳐 전년동기(4.0%)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소매경기 여건 부진에 유통업종의 실적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에 가계부채 부담, 부진한 고용 동향 등 소매경기 여건이 부진해 유통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분기 16.9%에서 13.8%(2분기), 9.6%(3분기)로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업종 모멘텀이 1분기를 고점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