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민심, 유통업계 속탄다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5.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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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AI 여파, 육류 매출 직격탄..소매경기 여건 악화에 '시름'

최근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광우병 공포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까지 겹치면서 육류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 '3(高)'로 거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져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美 쇠고기 수입 재개..특수는 커녕=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수입조건 고시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유통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유통업계는 한우에 비해 저렴하고 품질은 호주산보다 우수한 미 쇠고기가 수입되면 '특수'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대형마트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주권' 논리를 내세우며 미 쇠고기 판매에 동참했지만 지난해 10월5일자로 다시 수입이 중단됐다.

이번에 다시 수입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상황은 딴판이다. 할인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미 쇠고기 판매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광우병 공포로 인한 전반적인 육식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특수보다 비난만 감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 창궐까지 겹쳐 육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돼 충분히 가열 조리를 한 경우는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5월 쇠고기 매출은 전년대비 9.3% 감소했고 계육은 71% 급감했다. 수입육도 45% 감소했다. 쇠고기, 닭고기 기피로 돼지고기만 매출이 40% 증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육류 매출 구성비면에서 한우는 지난해 5월 22.2%를 차지했지만 올 5월 18.2%로 감소했다. 계육은 9%에서 2.6%로 줄었다. 돼지만 27%에서 38.1%로 늘었다.


정영주 이마트 축산팀 과장은 "육류 비중은 골고루 분포돼야 하는데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균형이 깨지면 결국 전반적인 수요, 공급, 가격에 혼선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매경기 여건 악화, 유통업종 '암운'=치솟는 물가는 소비 심리가 위축, 소매경기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 생산자물가는 9.7% 뛰었고 수입물가와 원재료물가는 각각 31.3%와 56%씩 치솟았다.

가파른 물가상승률에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져 가계에 주름이 깊어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1만 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등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쳐 전년동기(4.0%)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소매경기 여건 부진에 유통업종의 실적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에 가계부채 부담, 부진한 고용 동향 등 소매경기 여건이 부진해 유통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분기 16.9%에서 13.8%(2분기), 9.6%(3분기)로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업종 모멘텀이 1분기를 고점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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