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남용 LG電 부회장 "GE회장 안만난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5.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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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못내고 세계 3위 안되는 사업 철수"

남용 LG전자 (107,900원 ▲700 +0.65%) 부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매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포함해서"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남 부회장은 다만 방한 중인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문답]남용 LG電 부회장 "GE회장 안만난다"


▶ GE 가전사업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우리도 루머를 잘 듣고 있다. 전세계 가전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우리 실적에도 굉장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만날 계획인지.
- 더 말씀드리지 않는게 좋겠다. 이멜트 회장은 만날 계획이 없다.

▶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반도체 사업을 재개할 계획은.


- 이미 내부적으로 컨슈머 칩 설계 등은 많이 하고 있다. 지금 하이닉스 인수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우리는 관심이 없다. 반도체 생산을 할 계획도 없다.

▶ LG전자가 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는데 향후 M&A 전략은.

- LG전자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두자릿수 성장을 할려면 내부적으로 있는 신사업만 가지고는 힘들다. 내부적 성장과 별개로 M&A 등의 성장 기회를 많이 생각한다. LG전자도 그런 옵션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가령 태양전지 사업은 하기로 결정을 했다. 내부적으로 투자를 해서 시작할 것이냐, M&A를 할 것이냐 두가지 옵션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 기회가 어느 쪽이 좋으냐를 판단한 후 말씀드리겠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의미는.

- 국내에서 지금 제조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확장해야 할 부분이 있고, 국내든 국외든 3자에게 맡겨야 할 부분이 있고 생산을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야 할 부분도 있다. 각 사업별로 현재 처한 상황에 맞게 조정할 것이다.

▶ 이미 결정된 것이 있나.

- 매년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다. 철수되는 사업을 밝히는 것은 사원들의 사기도 있어서 부적절하다.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매년 리뷰하면서 하는 것이다. 아웃소싱은 어떤 부분을 통째로 아웃소싱하기보다는 휴대폰이나 TV 제품 중 저가 제품은 아웃소싱할 수 있다.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고 ROIC(투자자본대비 수익률)를 어떻게 높일 것이냐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아웃소싱을 결정하고 있다.

▶ 철수하는 사업의 조건이 뭔가.

- 상식적으로 생각하듯이 이익 못내는 사업이다. 또 2010년까지 글로벌 톱 3 회사가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2010년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글로벌 톱 3에 들어갈 수 없는 사업은 철수 대상이다. 모든 사업부장들에게는 세계 3위로 갈 수 있는 전략을 가져오거나 사업철수를 하도록 숙제가 주어져 있다. 이 작업을 매년 반복해서 검토하고 있다.

▶ 5년 동안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꾼 후 LG전자의 모습은.

- 지금의 포트폴리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업의 비중이 커진다. 에너지 환경, 웰빙 헬쓰 분야는 앞으로 포트폴리오에 점차 들어올 것이다. 기존의 포트폴리오 분야에서도 변화를 줄 것이다. 가령 같은 에어컨 가지고도 가정용 에어컨은 영업이익률이 6~7% 정도인데 상업용 에어컨은 20% 이상을 얻을 수 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성장성도 크고 수익성도 큰 인접분야에 상당히 많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PDP 사업 철수를 거론하는데.

- PDP는 캐시 플로우(현금창출능력)를 판단기준으로 지금의 사업을 영위하는게 좋으냐를 판단하고 있다. PDP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은 없다. 경상투자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철저히 검증과정을 거쳐 캐시 플로우가 나올 경우에 한해 집행한다. PDP는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다만 LCD 가격이 높아 PDP의 상대적 경쟁력이 좋은 상황에서의 개선이어서 LCD 가격이 떨어지면 PDP가 다시 안좋아질 것이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원가, 캐시플로우 등의 관점에서 면밀히 보고 있다. 캐시플로우가 플러스인 한 지금 투자해 놓은 것을 가지고 캐시플로우를 만든다는 게 원칙이다.

▶ PC 사업부는 유지하는가.

- PC 사업의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휴대폰의 스마트폰과 연결돼 그 부분은 앞으로 강화해야 한다. 다만 PC 생산은 앞으로도 계속 아웃소싱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사업철수할 경우 인력구조조정은.

- 지난해 TV가 많이 어려워서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인력구조조정이라는 게 조직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해결할려고 한다. 인사 부분에 새로운 과제 중 하나도 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남는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다.

▶ 외국인 임원들을 많이 영입했는데 그들이 엘지전자에 지적하는 부분과 고쳐 나가고 있는 부분은.

- 단순히 외국인을 영입한 것이 아니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매, 공급망관리, 마케팅, 생산 등 각 기능별 전문성이 굉장히 필요하다. 기능별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 되지 않으면 비즈니스 역량도 세계적 수준이 안된다.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각 분야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뽑은 것이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 경영진들은 LG전자 직원들을 아직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개선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 국적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는.

- 기업들이 상품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인재경쟁이다. 정말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격차는 크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거의 글로벌화 돼 있다. 노키아는 어디라도 현지에 가면 현지인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다. 우리는 대부분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법인장을 하고 있어서 현지인들이 비전을 갖지 못한다.

현지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노키아를 이기려면 노키아보다 강한 인재집단이 돼야 한다. 글로벌화는 생존의 문제다. 또 본사가 글로벌화돼야 현지의 CEO들과 연결이 가능하다. 본사부터 글로벌화가 돼야 현지에서도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는 .

- 모든 의사결정에 소비자를 중심에 놓고 소비자들이 내부 속에서부터 원하는 것을 찾아내 상품 개발, 판매 등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프로세스가 소비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 해외 법인장도 외국인으로 교체하겠다고 했는데.

- 올해부터 차근차근 할 생각이다. 외국인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능력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3~4년 안에 30% 정도까지는 의도적으로 교체하겠다.
3~4년 후에는 누구나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 글로벌화로 인해 내부 직원의 로열티가 약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을텐데.

-로열티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다. 직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외국인 경영진 영입으로 떨어진다면 정말 내가 경계해야 한다. 상사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가 정말 맹목적인 로열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외부에서 들여온 상사 밑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훨씬 더 높은 체험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아주 작은 분야라도 본인들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은 고참급 직원들 중에 500여명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기회를 줄 것이냐가 내 숙제다. 아직 100% 관리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 업계에 협력업체와의 납품단가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계획은.

- 협력업체 원가구조를 무시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까지 쥐어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말 협력업체 원가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LG전자 직원들 중 생산성 향상 방법을 습득한 300명 정도를 협력업체에 파견해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휴대폰과 TV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에 뒤지고 있는데.

- 삼성이 참 잘한다. 하지만 삼성도 사람이 한 것이고 우리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에 TV도 시장점유율이 굉장히 올라가고 가격도 굉장히 좋아졌다. 화질 차이는 이제 다 극복했고 모델 믹스,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셔닝 같은 부분이 아직 덜 미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도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시장에 따라 삼성을 능가하는 시장도 제법 생기고 있어서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2년내에 1인당 생산성을 3배로 키우겠다는 말했는데.

- 각 부문별로 그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2년내 3배가 될 수 있는 곳도 몇군데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100명이 근무하던 것을 50명으로 줄여도 생산성을 두배로 올리는 공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 지난 1년간의 변화 과정에서 직원들이 감내를 많이 했는데 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110점, 120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100점이 너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말 기대이상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의지를 가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

▶노키아가 북미 시장에서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 LG전자도 가격을 내릴 것인지.

-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다만 시장을 세분화해서 각 부문별로 접근을 하고 있다. 또 가격경쟁이 아니라 우리나름대로 독특한 가치를 가지고 경쟁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프라다폰이나 와인폰, 뷰티폰 등은 그 분야에서 다른 경쟁이 별로 없다. 우리가 노키아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가격 인하 없이 할 수 있을 것이고 노키아보다도 별로 독특한 것이 없으면 가격경쟁도 해야 한다.

▶ LG전자 실적이 2분기를 정점으로 하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 실적 전망을 말씀드리는 것은 조금 부적절하다. 다만 서브프라임 때문에 DA(가전사업) 사업부가 고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 시장에서도 6% 성장하는 등 전반적으로 견조하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흑자전환하고 흑자 구조를 정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DM(TV 사업) 사업도 작년보다 계속 좋아질 것이다. 휴대폰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와 모바일방송쪽에서 협력키로 했는데 앞으로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

- 일본 업체들과도 협력하는데 한국의 삼성과 협력 못할 이유가 없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방송을 시작으로 협력관계를 점차 넓혀 갈 수 있었으면 한다.

▶ 전문경영인으로서 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지주회사 체제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가 목적에 필요한 투자 이외에 다른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과거 상호출자가 걸려 있을 때는 우리 회사의 목적과 관련없는 투자도 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우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지주회사와의 관계도 이사회를 통해 관련을 맺고 있다. 이사회에 보고돼야 할 사항, 전략, 대규모 투자 등이 이사회를 통해 승인받고, 지주회사를 통해서는 1년에 두차례 전략방향, 업적보고 정도만 한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을 받지 않는다. 잘해도 내탓, 못해도 내탓이다.

▶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현장에서 느껴지는가.

-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은 과거에도 규제의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정부가 바뀌고 나서 장관들이 우리가 정말 필요한게 뭐냐, 도와줄게 뭐냐는 등 의견수렴은 깊이 있고 다양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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