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러-브펀드 지금 love하면 위험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2008.05.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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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러-브펀드 지금 love하면 위험


'러브'(러시아-브라질) 펀드를 지금 러브(love)하면 위험하다.

골드만삭스가 2001년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개념을 소개한 뒤로 2002년부터 브릭스 증시는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다. 브릭스 다음으로는 친디아(Chindia, 중국+인도)가 각광을 받으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연초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가자 친디아도 모멘텀을 잃었다. 친디아 이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러브다. 러브 펀드는 최근의 원자재 강세 덕분에 전세계 신흥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러브 펀드에 넣을 걸, 괜히 친디아에 몰방해서 손해가 막심하다"며 장탄식을 늘어놓고 있다.

최근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가 상품가격 랠리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상품 가격 고공비행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투기세력이 빠지고, 세계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에 빠지면 상품 수요가 줄 것이다. 더 나아가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브라질과 러시아는 단순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증시와 경제가 호조를 보일뿐 경제의 구조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나무랄 데 없는 인프라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제조업 기지가 됐고, 인도 또한 값싸고 질 좋은 IT 인력으로 세계 IT 산업의 아웃소싱 허브가 되는 등 경제의 구조변화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동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원만으로 부국은 될 수 있지만 선진국은 되지 못한다. 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중동은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를 사치품 소비에 탕진했다. 중동은 부국이지만 아직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다. 중동은 최근에 들어서야 고유가로 벌어들인 달러를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는 등 경제구조의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과 러시아는 아니다.

따라서 브릭스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중국과 인도, 즉 친디아다. 사실 러시아와 브라질 경제 성장의 일등공신이 친디아다. 친디아의 급성장으로 원자재와 식량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자 식량과 원자재 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 친디아는 브라질과 러시아에 비해 막대한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인구는 각각 1억9000만, 1억5000만 명 수준이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억, 11억 인구를 자랑한다. 친디아는 브라질과 러시아보다 7배나 더 큰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면에서도 친디아는 브라질과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다. 2007년 브라질은 5.4%, 러시아는 8.1%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중국과 인도는 각각 11.9%, 9.6%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친디아의 중산층이 더욱 두터워져 이들이 본격적으로 소비를 하기 시작하면 성장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친디아보다 러브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친디아가 더 낫다. 특히 최근 친디아 증시가 조정을 받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적정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러브 펀드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친디아 펀드에 들어갈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셋이 심혈을 기울여 운용하고 있는 인사이트 펀드가 최근 중국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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