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유가는 기회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5.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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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유가는 기회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운전자들은 초고유가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매일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예상대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경우 휘발유가는 ℓ당 3000원까지 치솟으며 상상 불허의 세계가 펼쳐질 전망이다.

때문에 요즘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최대 화두는 연비가 높은 소형차 개발이다.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달라진 환경에 재빨리 대응, 보다 친환경적인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량 10위에 경차 5개, 소형차 2개가 이름을 올렸다. 유럽에서도 대형차 판매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소형차 판매는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기름을 많이 먹는 괴물을 선호하던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바뀌었다. 갤런당 4달러시대 개막을 앞두고 외출도 자제한다는 소식이다.
장난감 같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스마트포투'가 올 초 미국 시판을 재개하면서 판매 돌풍을 일으킨 점은 이를 잘 반영한다.



혼다, 닛산,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업체들은 저마다 고유가에 대비한 하이브리드 차종 개발및 다양한 경차 컨셉트카를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보다 연료 효율적인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업체간 기술 제휴도 뒤따른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5위국인 한국의 자동차 업계의 행보는 글로벌 트렌드와는 정반대이다. 최근 선보인 신차는 SUV 혹은 럭셔리 대형차이다.
현대가 'i10'이란 신차를 선보였지만, 정작 한국에서 출시 계획조차 없다. 그나마 'i10' 역시 혁신 개념이 부족한 단순 경차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70, 8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며 내리막길로 접어든 미국 자동차 '빅3'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제때 반영하는 발빠른 대응이 아쉽다.
한국만의 '아이콘'을 만드는 참신한 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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