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해결책 없는 원자력 대안론 성급"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05.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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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글렌 UN 미래포럼 회장이 제안하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

"폐기물 해결책 없는 원자력 대안론 성급"


제롬 글렌(사진) 유엔(UN) 미래포럼 회장은 26일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폐기물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렌 회장은 이날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정부 고위관료, 학계·시민단체 대표들을 위해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고 건)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 윤은기)이 공동으로 구성한 '리더십 과정' 강의를 위해 이번에 방한했다.



그는 이날 '기후변화가 바꾸는 21세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고리타분한 방법만으로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키는 데 불충분하고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렌 회장은 "탄소세·탄소거래제 등 온실가스 배출제한 방법이나 자원 절약·재활용 등 환경에 대한 부담경감 노력들은 매우 중요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려 하고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구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하지만 이 같은 활동들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달나라에 갈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황당한 발상이 우주 과학을 지금 수준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지구를 살리는 방법도 새로운 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아래는 그의 발표 내용 요약본이다.

1. 태양광 발전 위성으로 전력 공급
글렌 회장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명에 도달하고 50억~60억명이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화석연료·재생에너지·원자력 등 기존 방법으로 불충분하다. 화석 에너지는 2060년이면 고갈되고 전 세계에 걸쳐 325~400개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기 때문.

글렌 회장은 화석연료 사용은 환경에 대한 충격을 가중시키고 이에 대응해 추진 중인 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용량 제한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며, 원자력 에너지는 핵무기 등 안보문제는 물론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거대 위성을 띄워 우주 공간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프로젝트를 현재 구상 중"이라며 "이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도 없고 원자력 폐기물도 없는 데다 전 인류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2. 줄기세포 이용해 동물 단백질 대량생산
글렌 회장은 "경제발전은 육류 소비 인구를 늘리며 2050년이 되면 육류 소비 인구는 지금보다 24억명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이 먹을 고기를 기존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은 지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소·돼지·닭 등 가축을 기르는 데 수많은 곡물과 물, 에너지가 쓰인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고기 생산은 이 같은 부작용을 일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렌 회장은 "동물의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식용 동물성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줄기세포 배양을 통한 고기 생산은 토지와 에너지, 물 사용량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3. 해수를 이용한 농업기술 개발
글렌 회장은 "해수를 농업에 이용하는 기술이 확보되면 아주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가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리는 오늘날 지구 전체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그만큼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현재 1만 종 이상의 식물이 염수(鹽水)에서 자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해수 이용 농업기술 개발은 이미 100여건 이상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렌 회장은 "열대 지역 해안 수백 마일에 걸쳐 다양한 식물을 재배함으로써 미래 인류를 먹여 살릴 식량은 물론 동물 사료로 쓰일 곡물을 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그는 염수 농법을 통해 △바이오연료용 작물을 확보하거나 제지용 펄프작물을 기를 수 있는 데다 △식물 생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4. 화석연료에서 탄소성분 추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강조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화석연료가 꼽히고 있지만 인류는 앞으로 최소 수십 년간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렌 회장은 "화석연료에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탄소만 따로 빼내 환경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라며 "현재 대량의 화석연료 발전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 지열 발전체계 보급확대
글렌 회장은 "이미 5km 이상 깊이로 파들어가는 기술은 확보돼 있다"라며 "2~3km 정도 파이프를 묻어두고 여기에 물을 부으면 막대한 수증기가 발생하는데 전력을 생산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그는 "지열 발전은 24시간 내내 활용가능하며 방사성 폐기물이나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라며 "게다가 이 기술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6.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
글렌 회장은 "10~15년 안에 상용화된 전기자동차가 출시될 것이며 이 제품의 경쟁력은 더 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1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가격은 1만 달러 정도로 비쌌지만 현재 그 가격은 2700달러 정도로 낮아졌다.

글렌 회장은 "중국 기업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생산해 북미·유럽 지역의 전기자동차 가격이 극적으로 낮아졌다"라며 "이는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부분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7. 나노 기술을 이용한 도시생태학, 환경대응 통합기구 설립 등
글렌 회장은 앞으로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이나 나노 기술을 활용해 도시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 센서를 도시 곳곳에 설치해 환경부하를 줄이고, 적재적소에 에너지를 투입해 낭비를 막기 위한 기술이 마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그는 '트랜스 기관(다양한 성격이 접합된 통합조직)'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정부·비영리기구·국제기관이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며, 그럼으로써 개개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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