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유가 부담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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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간 365p 상승, 6일간 110포인트 하락

유가 부담은 뉴욕 휴장인 이날도 증시를 짓눌렀다.
코스피지수는 1791.40까지 2.0% 급락한 뒤 1800선을 가까스로 회복한 1800.5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8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1개월만에 처음이다.

닛케이와 토픽스 등 일본증시 주요 지수는 2% 넘게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3% 넘게 떨어지는 등 아시아증시가 모두 주말 뉴욕증시 하락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가 올들어 최장기간인 6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심각한 문제다. 200일 이평선(1823)은 개장가로 무너졌고 10주 이평선(1806)도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60일 이평선과 120일 이평선이 교차하는 중기 골든크로스가 수일내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1750∼1780선에서 이번 하락세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차트분석에 따른 지지력 강화를 섣불리 주장할 상황이 아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인플레 우려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제유가(WTI) 부담이 경감되기 전에는 증시 모멘텀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WTI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는 5일 이평선 위에서 장중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하던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시작한 것이 WTI가 130달러선을 상회한 21일부터다.
유가 상승 수혜주였던 엑슨모빌과 쉐브론 주가가 이때부터 꺾이기 시작하면서 고유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휘발유 가격이 미국에서 갤론당 4달러를 넘고 한국에서 리터당 2000원을 넘은 순간부터 심리적 패닉이 시작됐다.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 기대심리 악화에 이어 개인소비지출까지 하강국면이 고착화되면 유가는 향후 인플레 우려를 야기시키는 미래형이 아니라 당장 차를 세워두거나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현재형이 된다.


성진경 대우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소비는 이미 마이너스 상태"라면서 "허리케인과 지정학적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가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유가 전망은 주가 전망보다 예측이 안 된다는 점도 문제다. 주당순익배율(PER)이나 주가순자산배율(PBR) 같은 증시 분석 기법이 유가에는 통하지 않는다.
현재 130달러를 넘어선 유가가 고평가된 것인지 아니면 추세적인 상승인지에 대해서조차 논란이 분분할 정도이기 때문에 그저 유가가 하향조정되기를 기도하는 게 최선인 상태가 됐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것도 바라는 바는 아니다. 피크를 치고 급락하고 있는 숱한 상품 가격처럼 유가마저 고꾸라지기 시작한다면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유가가 오를수록 충격이 크겠지만 유가가 경기 둔화를 반영하는 정도로 급락하게 되면 급등과 마찬가지로 증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미증시를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기 때문에 코스피지수를 놓고 싸우는 국내증시에서는 3가지 핵심 변수가 상존하게 됐다. 유가와 미증시, 그리고 외국인 매매동향이 물고 물리면서 증폭된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진 현재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 3월17일 연저점(1537)부터 지난주초 1901까지 364포인트 오른 것이 베어마켓 랠리의 끝이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이후 이날 저점(1791)까지 110포인트에 달한 낙폭이 상승폭의 1/3에 못미치더라도 피부로 와닿는 파장은 더 큰 편이다.

노키아의 가격 인하설로 그동안 주도주였던 LG전자 (110,100원 ▲600 +0.55%),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의 예상치 못한 급락까지 촉발되는 현재 상황에서 유가에 목을 매고 있는 처지가 안타깝지만 모든 가격 움직임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점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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