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여성펀드매니저 없나요?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8.05.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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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여성펀드매니저 없나요?


펀드 열풍이 불면서 펀드 선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특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펀드 운용자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프린스턴대 말키엘(Malkiel) 교수의 연구결과는 좀 다릅니다. 대형 펀드의 80%는 10년 정도의 장기 성과가 시장 수익률보다 낮았다는 것입니다. 또 과거 10년간 최고 수익률을 보인 펀드는 그 다음 10년간 최하위 성적을 거두곤 했고, 아울러 어느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거둘지 미리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특정 펀드가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이는 주식시장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증거입니다. 시장효율성 이론은 현재와 과거의 '모든' 정보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거래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가에 반영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펀드매니저가 많은 정보를 이용해 투자전략을 짜도 이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를 반박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뛰어난 투자전략을 갖춘 펀드는 지속적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이러한 고수익 펀드를 미리 식별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투자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내용이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사후적인 결과에 근거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고수익을 올릴 펀드를 사전에 식별하게 되면 이 펀드에 투자자금이 물밀듯 몰려들 텐데, 기존 투자전략을 그대로 활용해 막대한 자금에 고수익률을 계속 제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참고: Bernstein저, Capital Ideas Evolving, 2007)

1998년 미국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LTCM이라는 펀드회사의 파산을 보십시오. 옵션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머튼(Merton)과 숄즈(Scholes), 그리고 미 FRB 부의장, 여기에 스타 채권매니저로 이루어진 '드림팀'이었습니다. 설립하자마자 놀라운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펀드에 '묻지마'식 투자자금이 몰려들더니 결국 4년 만에 파산했습니다.

이렇듯 시장효율성에 근거해 발전한 투자이론은 5명의 학자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기면서 재무학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 투자세계에서 관찰되는 많은 현상은 이론으로 설명하기 벅차보입니다.


이러한 주류 재무학에 도전장을 내놓은 것이 심리학을 접목한 행태재무학입니다. 과도한 낙관, 자신감, 확인오류, 손실회피 등 많은 인간의 비합리적 요인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따라서 고수익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제는 생리학적 접근까지 나왔습니다. 코츠(Coates) 등은 'Bad Day for the Dow? Blame Hormones'(국립과학원, 2008년 4월)란 논문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의 장중 호르몬 분비 상황을 측정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될 때 상승장에서 과도한 확신과 위험추구 그리고 결국 무책임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적용하자면 안정적인 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여성이나 나이 많은 남성이 운용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남성호르몬 분비가 적어 상승장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나라는 펀드를 누가(어느 회사가 아니라) 운용하는지 관심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인데, 너무 앞서가는 제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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