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뛰었고, 살리기 위해 뜁니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5.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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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생명을 불어넣는 마라토너 심재덕씨

"살기 위해 뛰었고, 살리기 위해 뜁니다"


미국 MMT 160km 산악마라톤 대회최고기록 우승, 코리아 울트라마라톤 챔피언십 한국최고기록 우승, 2005년 노베야마 산악마라톤대회 우승…

이 정도면 전문 마라토너도 쉽지 않은 우승 이력이다. 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 26번이나 우승하고 울트라마라톤 16회를 완주한 심재덕씨(39·사진). 한국울트라마라톤의 최강자인 그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 조선소에 근무하는 평범한 엔지니어다.



그는 자신의 일을 '고장난 용접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용접장비지원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철판 같은 것을 용접하는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합니다. 제 손만 가면 멀쩡하게 살아나지요."

용접기계만 되살려내는게 아니다. 그는 전국방방곡곡으로 강연을 다니며 초보 마라토너의 삶에도 숨을 불어넣고 있다. 회사 내의 마라톤 동호회 뿐만 아니라 대학, 스포츠 단체에서 부르기만 하면 달려간다.



일 하기에도 바쁜 그가 '마라톤 전도사'를 자청하는 이유는 마라톤을 통해 삶을 되찾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폐에 하얀 점박들이 보였다. 결핵 초기였다. 수술해도 100% 낫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는 숨이라도 편하게 쉬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달렸다. 의사들은 그러다 죽을수도 있다고 뜯어 말렸다. "아파서 죽으나 달리다 죽으나 죽는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에도 안가고 약도 안먹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주위에서 알음알음 조언을 얻어 자신과의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인의 70% 정도의 폐활량으로는 한걸음씩 땅을 박찰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아프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달린지 올해로 16년째. 그는 아직도 호흡기가 좋지 않지만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며 웃었다.

"죽음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마라톤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우고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1등을 하기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뜁니다."



그는 오는 6월 1일 풀코스 100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꾸준한 연습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알맞은 트레이닝법을 깨우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 체득한 훈련법과 노하우를 다른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6월 8일에 열리는 화천비목마라톤에서 서브스리(Sub 3.풀코스 3시간 이내 주파) 100회 완주를 달성할겁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100회를 달성한 사람이 없거든요. 대한민국 1호로 주파한 선수가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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