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손잡은 이회창, 그에게 정치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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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치란]자유선진당 총재

진보와 손잡은 이회창, 그에게 정치란


자유선진당은 국내 여러 정당 중에서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하다. 그런 선진당이 통합민주당보다 더 진보성을 내세워온 창조한국당과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회창 선진당 총재와 문국현 창조당 대표가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보수와 진보가 한 지붕 아래 함께 하기로 한 것일까. 국민을 위한 진실한 정책적 제휴라면 이 총재와 문 대표의 맞잡은 손은 한국 정치사에 긍정적으로 기록될만한 새로운 모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상한 동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고개는 여전히 갸우뚱거린다.



 보수와 진보간의 '동거'는 이 총재의 작품이다. 그는 4·9 총선 이후 늘 "18석이란 숫자가 안타깝다"고 한탄해왔다. 선진당이 확보한 18석은 교섭단체 구성에서 단 2석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2석 차이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탓에 이 총재는 청와대로부터 설움을 당해야 했다.

 단순히 이 정치적 설움 때문에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는 진보 성향의 정당을 끌어안기로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와 자유선진당은 제대로 된 보수, 참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으로 자유와 개방,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희가 공조하기로 한 정책들은 이미 국민적 합의가 모아졌고 반드시 추진돼야 할 정책들"이라며 정책적 연대를 강조했다. 선진당과 창조당이 공동과제로 내세운 정책은 △쇠고기 수입시 검역주권 확보 △대운하 저지 △중소기업 육성 등 3가지다.

 '이회창'이란 정치인을 생각하면 '대쪽' 이미지가 먼저 생각난다. 그러나 2차례의 대선 패배와 정계 은퇴, 지난해 정계 복귀와 대선 출마, 자유선진당 창당, 그리고 창조당과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그간 그의 정치적 이력은 솔직히 '대쪽'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대쪽' 이미지를 벗어나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 그에게 물었다. "이 총재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 이 총재는 잠시 감회에 잠긴 듯 "글쎄요…"라며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요즘 저는, 정치는 하면 할수록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침이면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저녁이면 일터에서 돌아와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를 우리 정치인들이 만들어야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그게 참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어요."

 이 총재는 특히 정치 불신의 현실을 개탄했다. "현대 사회는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너무도 다양하고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은 1차적으로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이 큽니다. 우선 우리 정치권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성숙해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이 총재는 '국민'이란 주파수에 정치인들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가 바로서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 그 안에 모든 해답이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좆아 그 뜻을 실천에 옮기는 데 철저한 사람만이 국민과 역사의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뜻을 왜곡 전달하는 목소리엔 결코 울림이 있을 수 없지요."

 이 총재는 지난해 대선 당시 차별화되는 정책으로 경쟁했던 문 대표와 손을 잡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 판단한 듯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 듯 싶다. 그의 생각이, 그리고 결정이 그릇된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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