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이유있는 대변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5.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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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동력에 전력…뒤늦은 변화에 주목

제너럴일렉트릭(GE)이 회사의 모태인 가전사업 부문을 매각키로 하면서 적극적인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GE의 가전사업 부문은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100년이 넘게 이어오며 GE의 상징과도 같았다.

제프리 이멜트 GE CEO제프리 이멜트 GE CEO


GE는 미국이 자랑하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1878년 세운 에디슨 조명회사를 모태로 출범했다. GE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에서 항상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미국의 기업이다.



GE가 이런 가전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한 것은 이미 핵심 성장 동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GE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대체에너지,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등의 분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GE의 가전부문 매각 선택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BW) 최근호는 GE가 가전사업부문을 너무 늦게 처리한 감이 있진 않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이라고 진단했다.

모태가 됐던 사업을 중단한 사례는 이스트만 코닥, IBM, 인텔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IBM은 주력이었던 컴퓨터 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보에 매각하고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다.

코닥 역시 카메라 필름 사업 부문을 완전 정리하고 디지털 이미지 업체로 변신에 성공했다. 인텔은 1980년대초 주력 사업을 컴퓨터 메모리 반도체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빠르게 이전했고, 코닝은 유리 용기 제조업체에서 광섬유와 정밀유리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제 GE 역시 이들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GE의 가전사업부문이 지난해 매출(173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0억달러)에 그쳤다.

GE의 이유있는 대변신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은 헬스케어와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나올 것이라고 누누히 밝혀왔다. GE는 가전사업 부문 매각으로 발생할 80억달러의 현금을 모두 헬스케어와 에너지 사업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모든 사업 분야는 자연스런 라이프사이클을 갖고 있다. 한때 성공적인 사업이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쇠퇴하기 마련이다. 컨설팅기업인 카오앤코의 설립자 존 카오는 "사업의 탄생과 쇠퇴는 역사가 오랜 GE와 같은 복합기업에 있어 반드시 거쳐가야할 관문"이라며 "GE의 경영진들은 이미 이러한 전환에 대한 논의를 마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대부분 미국인들은 GE를 대표적인 가전업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거쳐 무수한 변화를 겪는 동안 GE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GE는 가전사업을 시작으로 금융, 의료, 항공기 엔진, 발전설비,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왔다. '중성자탄 잭'으로 불리운 잭 웰치 GE 전 CEO는 수백개의 기업을 M&A 하면서 GE의 변화를 이끈 선도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그러나 GE가 너무 뒤늦게 가전사업을 매각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가전사업이 핵심에서 멀어졌던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멜트 취임 이후 GE는 변화를 추구해왔다. GE는 지난 2002년 12월 이후 750억달러에 플라스틱과 보험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500억달러를 빠르게 성장하는 풍력과 항공 부문에 투자했다.

이제 GE는 가전을 포기하는 대신 헬스케어(의료기기)와 에너지 분야를 새로운 동력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Z파트너스의 졸리는 "GE가 부엌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기억될지 혹은 21세기의 아이콘이 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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