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개발논리 강요" 폭로 파문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5.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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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硏 김이태연구원 고백… 네티즌 '북적'

"대운하 개발논리 강요" 폭로 파문


대운하 연구용역에 참여하고 있는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대운하 개발 논리를 옹호하는 자료를 만들라는 압력을 받고 비밀 자료를 만들어왔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첨단환경연구실에서 일하는 김이태 책임연구원(사진)은 23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대운하에 참여하는 연구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가 운하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요즘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는다"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고 수많은 전문가가 10년을 연구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된 전문가 분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영혼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치는 것 같다. 정부출연연구소 구조조정 및 기관장 사퇴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김 연구원은 또 "정정당당하다면 몰래 과천의 수자원공사 수도권사무실에서 비밀집단을 꾸밀게 아니라, 당당히 국토해양부에 정식 조직을 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로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소위 '보안각서'를 썼다. 이 얘기를 올리는 자체로만으로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 조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격이 박탈되겠지만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돼야 하느냐. 잘못된 국가정책은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근원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한참 입시 준비 중인 고3 딸과 고1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고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2시 현재 다음 아고라에 김 연구원이 올린 글의 조회수는 14만을 넘어섰다. 네티즌의 댓글도 5800여개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가 '김현주', 실명 댓글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쉽지 않았을 김 연구원의 결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정부는 또 한번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을 국민에게 들켰다"고 밝혔다.

'천왕봉'이라는 아이디의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는 말에 공감한다. 청백리로 살면서 양심고백한 감사원의 이문옥 감사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편, 김이태 연구원의 공개 글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연구원 개인의 의견이고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강요한 사실이 없으며 조직도 공개적으로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안각서 작성과 관련해서는 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정부에서 발주하는 모든 연구 용역에 대해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절차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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