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재테크 감각에 베팅해 보세요

김성규 케이리치(주)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2008.06.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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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재무설계 Q&A

Q: 저는 50대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결혼을 일찍 해 자녀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해 살고 있고, 아내와 저 이렇게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건 5년 후 직장을 퇴직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냐입니다. 요즘 50이 넘어도 철없이 사는 아내 덕분에(?)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저는 성격상 여태까지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정직한 것만 고집하며 살아 왔지만 아내는 '앞으로 괜찮다더라' 라고 누가 옆에서 말만 하면 주저없이 저질러 버립니다. 몇 년 전에는 퇴직 후 쓰려고 모아 둔 돈이 있었는데, 아내는 그중 일부를 몰래 빼내 덜컥 빌라를 샀습니다. 다행히 그 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그때 떨렸던 가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게 한 가지 바람이 있는데, 아내 몰래 은퇴자금을 안정적으로 모을 방법이 없을까요?

재무 진단
 
두 분의 재무상태는 매우 건전한 편입니다. 지금대로라면 은퇴 후에 특별히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귀가 얇아 묻지마 투자를 하는 아내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걱정처럼 묻지마 투자가 잘못되거나 개인적으로 목돈을 빌려 주고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은퇴자산에 큰 타격을 주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보수적으로 적금이나 예금을 하시는 것 또한 물가상승률에 대한 화폐가치의 보존에서 리스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분의 경우, 안정적인 투자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적절한 투자도 병행해야 은퇴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내의 재테크 감각에 베팅해 보세요


A: 지금까지 두 분이 운용한 자산의 규모 중 아내의 철없는(?) 행동으로 투자해서 불린 자산이 총자산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빌려준 돈이 회수가 안 된 부분도 있고 계를 하다가 계가 깨져 건지지 못한 돈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내의 재테크 감각은 분명 철이 없다고 폄훼할 수는 없습니다.

아내의 투자 스타일의 장점은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점은 어느 전문가 못지않게 탁월하신 듯합니다. 다만 남의 말에 쉽게 현혹되기도 하므로 매사 투자 전에 남편과의 상의를 통해 보완해 가면 좋을 것입니다.


남편은 지금까지 안정적인 저축만을 해왔기 때문에 투자는 무조건 멀리하는 듯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저축 방식은 참으로 답답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사는 주택을 처음 마련한 것도, 현재 시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많이 상승한 것도 아내가 투자를 잘 한 덕분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편이 절약하며 꼬박꼬박 모은 적금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사고자 했으나 시세 상승으로 포기해야만 했는데 아내의 용기있는 투자로 그 집을 다시 살수 있었던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지금까지 가정주부로 살아 온 아내가 경제에 대해서, 재테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요즈음은 남편보다 똑똑한 가정주부들이 재테크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전해 듣는 소식에는 살아 있는 알찬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알지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지금까지 아내가 돈을 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왔고, 아내는 해보고 싶은데 못하게 하니까 몰래 자금을 빼서 운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는 남편이 아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아내는 남편의 조언을 참작하여 조금만 침착한 투자를 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금융자산 중 일부를 아내에게 일임하여 투자하게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최근 펀드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아내에게 펀드 투자를 하게 맡기면 아내는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신중한 투자를 하지 않을까요? 두 분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보는 것도 서로의 투자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한 은퇴자산 증가라는 달콤한 결실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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