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와 투자자 득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6.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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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기업가치 상승' '시장지배력 변화' 명과 암

정부가 추진중인 공기업의 민영화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영측면에서 공기업 특유의 경직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시되면서 현재보다 이익 실현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보다 주주가치가 부각되는 경영체제가 도입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가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만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이나 가스 등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업종은 민영화가 되더라도 공공재적 성격을 버리기 힘들다.



경영효율성을 위해 단기간에 급격한 가격상승을 시도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오히려 주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짙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사 민영화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민영화는 대체적으로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리스크가 큰 사업에 투자를 감행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사업다각화가 정부의 규제에 있을 때보다 확대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져 고수익을 거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장사 가운데 민영화대상으로 꼽히는 금융공기업은 우리금융 (11,900원 0.0%)기업은행 (14,240원 ▲150 +1.06%)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에는 투자자 입장에서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132,000원 ▲400 +0.30%)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정부의 민영화 시도 시 상대적으로 매각이 용이해 높은 인수합병(M&A)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은행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하나, 국민은행이 유력한 인수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A 과정에서 기업은행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현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박정현 한화증권 (3,505원 ▲80 +2.34%) 연구원도 "기업은행이 보유한 16만개의 중소기업 거래고객은 향후 발생가능성 있는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중요한 잠재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며 "기업은행의 시장가치는 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오를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우리금융도 민영화의 길을 밟게 되면 악재보다 호재가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연구원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금산분리 완화와 민영화를 통해 추가적인 대형화, 지배구조 및 경영효율성 개선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연구원도 "구체적인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인수합병에 의한 기업 가치의 제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서로 합병하는 과정, 슬림화로 재편된 은행업종의 경쟁력 강화, 정부간섭에서 탈피 등 여러요인을 살펴볼 때 관련주들이 상승할 여건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전력ㆍ가스는 '글쎄…'

전력이나 가스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업종은 민영화 시 투자자들에 대한 수혜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상장사 중 민영화가 거론되는 대표적 기업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 (40,600원 ▼2,550 -5.91%)한국가스공사 (50,800원 ▲3,700 +7.86%)다. 한국가스공사는 민영화할 경우 자원개발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현대증권 (7,370원 ▲10 +0.1%) 연구원은 "현재 거론되는 민영화 방안 중 가장 유력한 것은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묶어 하나의 지주회사로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3개의 프로젝트에 일일 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가스공사는 16개 프로젝트에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의 가스전 배당 수입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의 결합은 시너지를 일으켜 투자자들에게도 호재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최근 부각되는 자원개발 부문의 가치가 민영화 과정에서 정확히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정책방향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제를 하면서도 "정부가 에너지가격의 고공행진 속에 해외자원개발 지원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스공사 민영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민영화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한전KPS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김승원 한양증권 (15,760원 ▼910 -5.46%) 연구원은 "공기업으로 누렸던 장점이 없어지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자본 투입으로 적극적인 국내외 영업망 구축과 구조적인 체질개선, 인력의 효율적인 개발과 충원 등을 통한 업그레이드된 기업가치 부각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분매각에 따른 민영화가 진행된다면 민간 경쟁업체로 인력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인적 인프라를 근간으로 하는 한전KPS의 시장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철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연구원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민영화 시 자율적인 채용으로 적절한 인력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해외와 신규사업 진출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주가도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기업 때'를 얼마나 빨리 벗느냐가 관건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공기업의 민영화 성공여부는 공기업시절의 때를 얼마나 빨리 벗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무작정 기대에 편승한 투자보다는 민영화 취지에 맞게 거듭나는 기업을 잘 살펴보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사장은 또 "공적 기능과 사적기업의 이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큰그림을 그릴수 있는 공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은 매력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공기업 민영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이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업이 없지만 민영화 추진이 본격화하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이어 "민영화를 제대로 하려면 고용을 창출해줘야 한다"며 "민영화 이후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는 공기업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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