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게임은 지금부터… 증시 향방은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2008.05.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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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이후 증시의 등락은 징그러울 정도로 정직하다. 구간 별로는 투자심리의 과열과 급랭으로 적정한(?) 가격대를 벗어나긴 했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실물 경제의 동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작년 하반기에 너무 급하게 2000포인트를 뚫은 것은 다소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고 서브 프라임 사태에 놀라 1600 포인트 아래로 폭락한 것도 허리우드 액션이었다. 최근 금융 위기가 최악에서 벗어나고 있는 조짐이 보이자 그사이 너무 호들갑을 떤 것이 미안했던지 슬그머니 올라와 딱 중간 지점인 1800포인트에서 계면쩍어(?)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서브 프라임 사태가 없었더라도 시장은 비슷한 궤적을 보였을 것 같다. 우리 증시는 2003년 이후 5년 동안 300%나 상승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년 평균 60%라는 엄청난 상승 속도다. 이 정도 올라왔으면 상당 기간 조정을 받는 것이 증시의 속성이다. 특히 작년 5월 이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 무리였다.

숨이 거의 찼을 무렵 서브 프라임 사태가 터졌고 속된 말로 공부 하기 싫을 때 전깃불 나간 것이다. 핑계 삼아 내려 앉은 것 까진 좋았는데 이게 또 지나쳤다. 흔히 상승폭의 20-30%는 되돌림 한다고 하지만 설마 증시가 그 말을 기억하랴 싶었는데 이 놈이 우직하게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3개월 만에 정확하게 최고점 대비 27% 정도 떨어졌다. 정작 일 저지른 미국은 겨우 12% 하락했는데 말이다. 필자가 누차 얘기 했듯이 변두리 인생(?)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니 팔자려니 생각하고 증시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용궁까지 같다가 기사회생해서 중간쯤에 걸터앉아 있어 주는 것만 해도 기특하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문제다. 누가 뭐라 해도 증시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펀드멘털과 정비례한다. 그렇다면 지금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의 형편은 어떤 모습일까? 향후 전망은 어떨까?

별로 믿을 바는 못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일단 들어보자. 거의가 비관적이다. 실제로 체감 경기가 영 말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문제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고 폭등한 유가로 소비가 눈에 뜨게 줄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한다. 어떤 전문가는 금융위기는 오픈 게임이었고 지금부터 미국 실물 경제의 추락이라는 메인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1년 내 경기 회복은 언감생심, 잘못하면 2-3년 험한 꼴 본다는 얘기다. 심지어 미국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을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는다. 막말로 미국이 골로 간다면 비록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진 않지만 썩어도 준치 인데 세계 경제가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IMF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경제연구 단체들이 잇달아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어림잡아 작년에 비해 평균 1%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장 우리 경제만 해도 지난 1/4분기에 겨우 0.7% 성장했으니 연율로 환산하면 2.8%라는 얘기고, 이는 작년 추정 GDP 성장률인 5%의 절반 정도다.



만약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올해는 정말 피곤한 한 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중국이 이런 저런 문제로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라 기댈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우선 미국의 1/4분기 경제 성장률이 잠정적이지만 0.6% 성장으로 나타난다. 일설에는 조금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한다. 여기에 에너지와 식량부분을 뺀 코어 인플레이션은 작년 동기 대비 오히려 하락했다. 일본도 계절적인 요인이 있지만 1/4분기에 놀랍게도 3.5%나 성장했다. 여기에 독일도 준수한 성장을 보였고 브릭스 국가들도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큰 관심사인데 이번 대지진으로 엄청난 복구 공사가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도 상반기까지 힘들기는 하지만 지난 5년 간 평균 경제 성장률인 4.4%대 정도는 할 것 같다. 이상한(?) 환 헷지 상품에 가입하는 바람에 제조업체들의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나타났지만 환율 파생 상품으로 인한 손실만 제외하면 상장기업들의 1/4분기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무려 21.6%, 17.2%가 증가했다. 이는 희망적이다.



세상 만사 최악을 기대하고 있으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법이다. 본전 근처 왔다고 냅다 팔지 말고 1년 간 마음 고생한 것 보상 받을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팔아 가지고 옮겨 갈 만한 마땅한 투자 대상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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