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강부자' 앉으나서나 '상속'고민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08.05.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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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에선..강남부자 고민이 다르다]

'진짜강부자' 앉으나서나 '상속'고민


빚없이, 돈 걱정없이 사는 강부자(강남부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금 자산만 30억~50억원을 굴리는 이들에게는 보유세가 큰 고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강부자들에게도 세금에 대한 고민은 있다.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부담은 이들의 주된 화두다.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기 보다 좀 더 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귀재인 '강남 아줌마'들은 보유세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기대감은 이제 실망감으로 바뀌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부동산이 최고'라는 믿음이 강하다. 오히려 부동산 포토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해마다 수천만원의 보유세를 내기 보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용산이다, 강북뉴타운이다 뜬다고 떠들어대는데 난 관심 없어요. 세금을 어떻게 하면 덜 내면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 줄지가 고민이지..."

서울 강남에서 내노라하는 부동산부자 중의 한 사람인 이종석(가명, 69세)씨는 강남 집값에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일명 '강남 빅3' 아파트를 각각 1채씩 소유하고 있는 강부자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 330㎡에서 살고 있는 이씨는 도곡동 동부센트레빌과 도곡 렉슬아파트 중대형 아파트를 1채씩 갖고 있다. 여기에 잠실에 재건축된 레이크팰리스아파트(112㎡규모) 2채가 더 있다.


이씨의 주된 수입원은 임대수익. 서울에 상가 2동을 갖고 있어 상가관련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월 순수입이 2000여만원 된다. 그가 모아 놓은 금융자산은 대략 30여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주식이나 펀드에는 투자한 적이 없고, MMF예금과 국공채 등으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로 낸 돈은 대략 2000여만원. 보유 부동산에 비해 예상보다 세금은 덜 내는 편이다. 그 이유는 그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 등 이른바 '세금폭탄'에도 꿈쩍하지 않은 이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재산을 어떻게 자식들에게 물려 줄 것이냐다.

자녀에 대한 상속세(증여세)는 과세표준기준으로 재산규모에 따라 10~50%까지 부과되는데, 이씨의 경우는 전체 보유 재산을 증여할 경우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그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과 장녀는 결혼해 분가해 있고 막내 아들은 아직 미혼 상태다. 이씨가 소유한 도곡동 아파트에 각각 자녀 1명씩이 살고 있지만 세금이 무서워 아직 증여를 하지 못한 상태다.

이씨는 "세금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증여세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식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일찍 상속하지 못한게 가장 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2."종부세 아깝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땅과 집을 처분하고 있어요. 판 돈으로 상가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공동명의로 올려 증여세 절세도 하고 거기서 나온 임대료로 애들 유학비에 보태려고 해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김미숙씨(가명, 43세)는 전업주부이긴 하지만 일명 '강남 아줌마'로 통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부동산투자로 재미를 본 김씨지만 투자해 놨던 땅과 집을 일찍 팔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작년에 1500만원를 냈던 종부세를 지난해 2000여만원을 냈다. 그래도 계속 갖고 있었던 이유는 이명박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투자해 놨던 땅과 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규제가 언제 풀릴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손실을 감수하고 그가 보유했던 동탄신도시 이주자용 땅과 잠실재건축아파트인 레이크팰리스를 처분했다.

팔려면 종부세 기준일인 6월 전에 파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씨는 종부세 낼 형편은 된다. 남편은 월 2000만원을 버는 잘나가는 변호사고 현금도 꽤 있다.
하지만 김씨는 불만이 많았다. 그는 "버틸려면 버틸수 있겠지만 매년 생돈 수천만원이 나가는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이명박정부가 강남사람들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하는데 전 정부하고 별 다른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그는 '부동산이 최고'라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포토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여전히 돈을 벌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부동산을 판 돈으로 상권이 형성된 신도시 상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순수 투자액은 20여억원을 예상하는데 마침 시댁 부모가 분당 아파트를 처분해 돈을 합쳐 투자하고 명의는 공동명의로 올려 놓기로 했다.

시가 부모도 상속세 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에 아예 현금화시켜 공동 투자키로 한것. 임대수익도 나오고 증여세도 절감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중고등학생의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김씨는 자녀 증여와 교육문제가 가장 큰 고민으로 꼽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현금자산을 조금씩 자식들에게 증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까진 못해도 애들 유학비용으로 현금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일부 현금으로 해외부동산과 수도권 재개발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에 투자할 생각이다. 해외부동산은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동남아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강남사람들은 용산의 지분투자나 강북 소형 아파트 매입에는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뉴타운 개발로 이주수요가 몰리는 곳에 다세대 주택을 지어 임대 수익을 얻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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