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벼랑끝 대치', 기름부은 'MB담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5.22 13:27
글자크기

李대통령 "제 탓" 대국민사과...野 "본질외면" 쇠고기 공세 강화

- 대통령 사과에도 '쇠고기·FTA' 논란 더욱 확산
- 야권 "여론무마용 담화..쇠고기 재협상해야"
- 한미FTA 17대처리 무산, 18대 '쇠고기대치' 이어질 듯

여야 갈등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두고서다.



여권은 당·정·청이 하나가 돼 한미 FTA의 17대 국회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야권은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간 '접점찾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대치 전선만 가팔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는 불꽃튀는 여야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 했다.

장관 인사파동, 쇠고기 수입 논란 등 일련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정 난맥상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미 FTA의 조기 비준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17대 마지막 5월 임시국회) 회기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쇠고기 파동과 한미 FTA가 별개라는 인식을 기초로 야권의 FTA 처리 협조를 거듭 촉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광우병 논란으로 악화된 민심을 다독이고 한미 FTA 조기 비준의 명분을 얻기 위한 의도가 강했다. 대통령의 직접 사과로 쇠고기 파문을 종식하고 FTA 찬성 여론을 이끌어 내려는 다중 포석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야권을 더욱 자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여론 무마용' '땜질식 국면전환용'이란 혹평을 쏟아냈다.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것은 당초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담화가 아니라 부시 미 대통령과 통화를 하든 재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진당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잘됐는데 설명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만 부족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박선영 대변인)"고 반문했다. 민노당 역시 "광우병 위험을 근원적으로 없애달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은 한 마디도 없었다"며 "국가적 재앙을 몰고 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국익으로 둔갑시켜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후 여야 대립이 되레 격화되면서 한미FTA의 17대 통과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졌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내달 개원하는 18대 국회에서도 '쇠고기 정국'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에선 쇠고기 문제를 원 구성과 연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최악의 경우 18대 국회의 초반 파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